지난 일요일 오전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내 시네마센터 2층. 벤처기업 이머시스가 입주해 있는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마우스나 펜 대신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비에 흠뻑 젖은 바닥을 청소하고 컴퓨터 말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1층 현관 바닥에는 본체를 분해한 11대의 PC가 알몸을 드러냈고 직원들은 9대의 모니터에 부채질을 하며 물기를 말리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돼 있었다. 널브러진 하드카피 등 서류는 서로 들러붙어 낱장으로 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물난리’는 전날 갑작스레 내린 폭우가 천장에서 실내로 떨어지며 벌어진 일이다.
“토요일 저녁 6시 직원 자녀 돌잔치에 가기 전 사무실에 모인 김에 전날 풀지 못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천장 곳곳에서 비가 쏟아지는 겁니다. 당황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바로 전원부터 차단했지만 데이터가 얼마나 날아갔는지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민호 이머시스 팀장의 말이다.
이머시스 이날 비로 사무실이 발목까지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머시스는 주 5일제를 하고 있는데 만일 돌잔치가 없었다면 이날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출근하지 않은 채 전원을 그대로 놔뒀더라면 누전사고에 화재까지 예상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머시스 직원들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며 안도했지만 분통을 터뜨렸다.
며칠 전에도 비가 새 고쳐 달라고 엑스포과학공원 측에 몇 차례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억울해 했다.
엑스포과학공원 측은 이에 대해 “갑작스러운 비로 배수통 물이 넘쳐 실내로 흘러든 것 같다”며 “업체를 불러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피해 업체에는 적절한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수 기간이 길어지면 옆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는 말도 내놨다.
엑스포과학공원 측은 이미 ‘외양간의 소’를 잃은 상황에서 허둥대는 모습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매년 적자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엑스포 과학공원이 미리 손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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