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이 합쳐진 퓨전테크놀로지(FT) 시대가 올 것이다.”
매년 메모리 집적도를 배로 늘리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F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발표한 ‘디지털의 미래’라는 연설에서다.
모든 것이 그의 말대로 가능해 보인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의 핵심에 있는 황 사장이 제시한 많은 퓨전기술의 미래상은 꿈처럼 느껴지지만 대개 실현될 것 같고 눈에 잡힐 것 같다. 20테라바이트 초소형 메모리는 들고 다니는 도서관을 실현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공태양 반도체전지도 가능하다. 초소형 나노캡슐을 이용해 수술을 하지 않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도 올 것이다.
이 같은 그의 낙관적 전망에 화답하는 듯한 보고서가 엊그제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서 발간됐다. 이 연구소는 지난 50여년에 걸쳐 기술예측의 경험을 축적한 기관으로서 ‘2020 글로벌 기술혁명’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기술 간 융합과 이들이 몰고올 혁신가능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특히 미국·캐나다·독일·한국·일본·호주·이스라엘을 향후 이뤄질 기술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장 잘 활용할 국가로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랜드연구소가 우리나라를 높이 평가한 것도 좋고 황창규 사장이 우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조건이 보태져야 한다. 랜드연구소의 전망은 기존의 학문이나 연구분야 간 벽을 뛰어넘는 학제적 대응능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과 함께 우리나라의 향후 과학기술 정책방향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IT 중심적으로 이뤄진 각종 첨단산업 연구와 바이오닉스·뇌과학·의학·심리학 같은 학문과의 연계연구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FT의 중심에 서려면 이제부터는 이런 부분의 연계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최근 나온 뇌신경으로 움직이는 로봇 개발의 성과다. 일본의 혼다와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말 뇌 혈액 흐름에 따라 인간이 원하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로봇제어시스템(BMI:Brain Machine Interface)을 개발했다. 이 새로운 뇌와 기계 간 인터페이스의 동작인식률은 85%에 달할 정도다. 이는 생각만으로 운전하는 자동차에도 응용돼 차량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일부 컴퓨터 분석가는 컴퓨터 발전의 제4단계, 즉 컴퓨터시스템에 인공지능까지 겸비하는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 컴퓨터의 세계는 사람의 음성인식 기능은 물론이고 생각까지 가진 인공지능 컴퓨터 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되리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FT는 IT를 중심으로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인간 속에 들어 있는 뇌의 논리와 뇌에 각인된 이미지를 대체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의 결과며 이를 통한 기술 유토피아를 구축하려는 노력과 다름없다. 미래학자들은 퓨전테크놀로지같은 ‘이머징 이슈’에 대해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엉뚱한 이슈지만 그 분야의 주인이 있어 트렌드 수준까지 가게 되면서 ‘S자 성장 곡선’을 그린다”고 정의한다. 또 “나중에 트렌드로 자리잡으면 갑자기 부상하고 이때는 임자가 있어서 로열티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막 우리가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 FT를 집중투자 발전시키는 데 학제·연구계 간 협력을 도출, FT발전을 유도하고 이를 국가동력으로 키워나갈 노력과 과기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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