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나무 한 그루가 썩으면 속아내야 하며 아예 숲을 태울 수는 없다.”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의 고위 임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케이블TV 프랜차이즈(지역독점) 문제’를 빗대어 한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소비자가 케이블TV 독점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가격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 논쟁의 핵심에는 케이블TV 적정 수신료가 있다.
공정위는 MSO를 중심으로 케이블TV 수신료가 2000∼4000원에서 6000∼1만원으로 급등하는 최근의 현상을 이른바 ‘독점의 폐해’로 보고 있다. 반면에 MSO는 이를 ‘요금 정상화’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렇다면 적정 수신료는 얼마일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케이블TV 수신료가 그동안 저가 왜곡돼 왔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개정 이후 중계유선사업자(RO)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RO 대 SO’ ‘SO 대 SO’ 간 가격 경쟁이 일어났다. SO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가입자를 놓고 유치경쟁이 붙어서 월 500원짜리까지 뿌려졌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왜곡된 케이블TV 가격을 바로잡는 ‘요금 정상화’를 ‘독점의 폐해’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또 SO뿐만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문제기도 하다. SO는 그동안 저가 경쟁을 펼쳐 수신료가 줄어든만큼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주지 않았다. PP도 생존을 위해 비용이 드는 콘텐츠 제작은 뒷전이고 유사 홈쇼핑에 매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PP는 광고와 수신료의 수익 비율이 5대 5인데 우리는 5 대 1”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광고에 의존해온 셈이다. 국내 케이블TV 시장에서 SO 수신료 규모는 6000억∼8000억원 정도며 PP에는 이 가운데 13∼14%인 1000억원 미만이 사용료로 지급된다.
SO 관계자는 “SO도 각성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 SO는 그동안 홈쇼핑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서 돈을 벌어 이 가운데 일부를 PP에게 나눠 주었던 꼴”이라며 “저가 왜곡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독점이라면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철호 공정위의 기업결합팀장은 “케이블TV 수신료가 낮아졌다는데, IT 제품을 보면 기능은 서너배 좋아지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진 사례도 있다”며 “케이블TV 수익 구조를 얘기하며 자꾸 수신료만 거론하지만 실제 홈쇼핑이나 초고속인터넷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TV 수신료가 올라가면 MSO의 수익은 개선되더라도 PP까지 효과가 이어질지 의문을 표시했다. 지 팀장은 “SO의 케이블TV 상품 중 4000원 미만인 의무형 채널 가입 비율은 3% 미만”이라며 “SO가 소비자의 의무형 가입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상적인 케이블TV 수신료 시장으로 “소비자는 2만원 정도를 내고 SO는 이가운데 25∼30%를 PP에 사용료로 제공해야 한다”며 “방송위·공정위·SO·PP가 자기 주장만 펼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적정가격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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