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라져야 할 시민단체

김용석

 바이오인식(생체인식) 기술 도입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논쟁이 뜨겁다. 이 논쟁의 초점이 ‘무엇을 보호할 것이냐’에 맞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찍은 나의 지문 이미지라면?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수단이 필요하다. 지문인식으로 내가 통장의 주인임을 승인하는 시스템에서 은행 서버에 저장된 바이오인식 정보라면? 역시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지문을 등록해 놓고 손가락을 갖다대 문을 여는 잠금장치라면? 얘기가 다르다. 저장된 데이터와 센서가 인식한 내 지문 사이의 매칭이 이뤄질 뿐 개인정보가 생성되거나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카드 속 데이터와 인식기가 읽은 지문정보가 같은지 확인한 뒤 본인 여부만을 전송해주는 금융거래 시스템이라면? 역시 보호할 정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하지만 현행 바이오인식 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높은 규제 수준을 요구했다.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바이오인식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정보시스템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인 반면에 적절한 보호수단만 갖춰진다면 이를 어디에 쓰느냐는 누군가 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내용은 법제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산업계는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참여연대는 지문이나 홍채, 정맥을 이용해 인증하는 모든 시스템은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지 6개월 만에 업계의 주장대로 개정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꼭두각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업계가 주장하는 바이오정보와 바이오인식 정보의 차별점에 대해선 몇 개월째 귀를 열지 않고 있다.

 논쟁을 취재하면서 산업계와 시민단체 사이 생각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기업은 간혹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울 때가 많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공익을 위한 시민단체가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면 시민단체로서의 기능은 없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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