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겨냥 `음원전쟁`이 현실로

 음반사발 쓰나미가 마침내 이동통신사를 강타했다.

 유명 음악기획사이자 디지털 음원 유통 업체인 만인에미디어는 SK텔레콤과의 계약 기간이 끝남에 따라 지난달 31일부로 음원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브·장윤정·플라이투더스카이·김범수·MC몽·이수영 등 만인에미디어가 공급하는 인기 가수들의 음악을 컬러링·벨소리·멜론 등 SKT 음악 서비스에서 당분간 들을 수 없게 됐다.

 이는 지난달 중순 GM기획 등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 소속 음반기획사들이 모바일 음악 서비스의 낮은 수익배분율을 문제 삼아 이통사에 선전포고를 한 후 실제 강행된 첫 행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공급 재개 여부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만인에미디어의 음원 공급 중단은 이번 요율 조정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만인에미디어는 연제협이 문제 제기를 하기 훨씬 전부터 이통사와 요율 관련 협상을 전개했으며 음원 공급 중단이 자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바일 서비스 매출 비중을 떨어뜨리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T 측에 따르면 만인에미디어의 음원 공급 중단으로 최신 가요 서비스 매출의 5% 정도가 타격을 입는다. SG워너비와 씨야 등의 음원을 보유한 GM기획의 계약도 오는 5일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SKT는 10%에 육박하는 인기 가수 음원매출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연제협 중심의 태스크포스에 참여하지 않은 음반기획사들도 ‘요율 인상’이라는 기본 방침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어 사태가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T 집중 공략의 성패는=음반기획사들이 SKT 공략에 온 힘을 쏟는 것은 일단 최대 사업자를 무너뜨리면 사태를 관망중인 KTF나 LG텔레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SKT는 음반기획사들의 요구에 “이해는 간다”면서도 “조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음반기획사들이 언론을 통해 ‘폭리’와 ‘횡포’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퍼뜨리고 있지만 이는 전체 상황을 숨긴 채 여론을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SKT가 밝힌 주요 모바일 서비스 수익분배율에 따르면 무선으로 받는 컬러링만 32.55%의 수익을 가져갈 뿐 라이브벨과 주문형 음악 등의 수익은 8∼10%대에 그친다. 저작인접권료로 45%를 인정해 달라는 음반사 요구를 맞추려면 현재보다 20%를 올려줘야 하는데 이는 SKT 몫 자체를 없애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요율 조정을 하려면 콘텐츠제공업체(CP)와 서비스업체(ASP)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함께 논의해야지 이통사만 물고 늘어져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론의 장 필요=음반기획사들은 지난달 30일 협상에서 이통사의 숨통을 다소 틔워줬다. 강승호 연제협 이사는 “수익배분율 조정의 의지가 정말 있는지를 1일 오전까지 알려달라고 했다”며 “이통사의 태도를 본 후 오후 2시에 자체 회의를 거쳐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의 분위기는 다시 무르익은 셈이다.

 하지만 이통사와 태스크포스 간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더라도 개별 음반기획사의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음원 공급 중단 사태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인에미디어도 일단 음원이 내려진 상태에서 협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세부적인 협상은 비공개로 하더라도 ‘모바일 음악 서비스 요율 정책’에 관한 협의를 공개된 장소로 끌어내야만 전체 시장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올 하반기 음악산업포럼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이통사 요율 문제’를 상정하려던 중에 이번 문제가 터진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통사와 음악업계, CP 등 이해 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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