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나라 독일이 엔지니어 부족에 시달린다

 ‘엔지니어의 땅’으로 불리던 온 독일이 이제는 엔지니어 부족에 시달리는 신세로 전락, 기업들이 엔지니어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멘스(Siemens)와 보쉬(Bosch)에서부터 일명 ‘중간기업(Mittelstand)’이라고 불리는 가족 소유의 작은 기업들이 오랫동안 산업적 기반을 유지해 온 기술의 나라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기 어려운 현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과거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엔지니어와 숙련 기술자 부족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지니어 부족 심각=세계적인 산업기계 생산업체 포이트(Voith)의 헤르무트 코만 CEO은 지난 5년 동안 독일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일 기업들이 신규 직원 채용 규모를 줄여온 것이 현재의 엔지니어 부족 문제를 낳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엔지니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중간기업이다. 독일의 북서부 시골에서 소규모로 시작해 자동화 기술 부문의 세계적 리더가 된 피닉스 콘택트(Phoenix Contact)가 대표적이다. 프랑크 스튀렌베르크 판매 담당 이사는 “현재 우리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맨파워가 없다”며 “우리는 (해외에서라도 직원을 구해야만) 독일 내에 역량이 부족할 때도 계속 사업을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매년 5만명이 훈련되어야 하는데 대학들은 겨우 4만명을 배출하고 있다. 독일의 철강업체 튀센크루프의 에케하르트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 부족은 매우 엄청난 문제다. 가까운 미래에 엔지니어 부족분이 약 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해 동안 독일의 산업 일자리는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독일엔지니어협회(VDI)는 독일에서 올해 지난 해보다 30%나 늘어난 1만8000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독일의 가구수 부족에 절망하는 많은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두 나라가 한 해 배출하는 엔지니어는 총 70만여명에 이른다.

◇엔지니어 확보 위한 투자 확대=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엔지니어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

세계 4위의 타이어 업체인 독일의 콘티넨탈(Continental)은 MIT(미국)·칭화(중국)·다름슈타트(독일) 대학교 등 세계의 유명 기술 대학교들과 연계하는 ‘엔지니어링 엑셀런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모터와 전동장치를 만드는 페스토(Festo)는 지난해 세계 엔지니어링 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독일팀을 후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액체 제어 시스템 제조업체인 부르케르트(Burkert)는 매년 10명의 직원을 영국 런던에 보내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하게 한다.

만프레드 비텐슈타인 독일 기계설비제조협회(VDMA) CEO는 다른 지역 기업들뿐 아니라 기술 학교들과의 밀접한 협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찬 울프 니더작센주 총리는 “(엔지니어 부족은) 큰 문제지만 풀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갖도록 해 엔지니어 부족을 줄일 수 있다. 그들이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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