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씨이를 창립할 당시, 나는 모바일 기기에도 PC 환경처럼 각종 소프트웨어가 탑재되고 시장의 기술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리라 생각했다. 그 예상은 이제 현실이 됐다. 전 세계 모바일 관련 솔루션의 80% 이상이 자바 기반으로 짜여진다. 또 휴대폰의 기술환경을 지배하기 위해 국제 표준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거대 기업의 물밑 작업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모바일 플랫폼은 PC로 치자면 운용체계에 해당하며 게임이나 각종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는 가상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버추얼 머신(VM)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자바기반 VM 시장에서 최고의 시장점유율(약 40%)을 차지하는 업체는 일본의 애플릭스다. 2위는 스위스의 에스머텍으로 약 2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엑스씨이는 8%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세계 자바 VM시장 ‘빅3’의 위치에 서있다.
엑스씨이의 국제적 위상은 국내에서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과 상용화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회사는 SK텔레콤이 출시한 모든 단말기에 SK-VM 플랫폼을 탑재시켜 2000만대 이상을 보급했으며 위피 의무화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이후에도 모든 단말기에 위피 자바를 탑재시켰다. 또 미국 현지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힐리오 단말기에도 엑스씨이가 구현한 위피 플랫폼을 공급했다. 위피의 국제화를 실현하는 동시에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밖에 중국·대만·동남아·인도·유럽·북미 등지의 수출 협상도 활발히 전개중이다.
해외 이통사와 단말사 그리고 칩세트 제조사가 엑스씨이를 보며 가장 탐내는 부분은 세계 최초로 자바기반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현한 점과 모바일 강국 코리아에서 상용화 노하우를 가졌다는 점이다.
엑스씨이가 모바일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대답은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겪어온 국내 모바일 소프트 업체의 한계를 대변한다.
전세계 V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릭스는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도코모와 자바 규격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자국의 단말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이통사와 단말사가 솔루션사를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주는 형국이다. J폰에도 VM을 공급하는 애플릭스는 콘텐츠 다운로드 건수와 상관없이 일정 사용료를 2년 단위로 한꺼번에 지급받는다. 이러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어플릭스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2004년에 상장, 시가총액 6000억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했다.
엑스씨이는 애플릭스나 에스머텍 보다 훨씬 먼저 자바 플랫폼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아직 세계 3위에 머물러 있다. 향후 엑스씨이의 추진 목표는 모바일계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것이다. PC 분야에서 이루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화를 무선인터넷 디바이스에서 실현하기 위해 향후 1억대 이상의 단말기에 엑스씨이의 플랫폼을 탑재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 3년 이내에 세계 VM시장 1위에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해외 진출과 관련된 성과를 보면서 막연한 꿈 같은 얘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guts@x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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