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두 자리 숫자가 발표된다. 다국적 SW업체들의 이익대변단체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발표하는 ‘세계 SW 불법복제 조사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은 46%.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체 SW를 100개로 본다면 이 가운데 46개는 불법복제된 SW라는 얘긴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게다가 국내 SW지재권전문기관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SW 불법복제율이 32.2%라는 얘기까지 들으면 도대체 어떤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론부터 보자면 두 단체가 제시한 수치는 모두 허수가 많다. BSA는 SW 사용 개수를 추정한 뒤 여기에서 회원사의 정식 판매SW 수를 뺀 나머지를 불법으로 산정한다. 프심위도 마찬가지다. 조사대상을 선정한 뒤 설문조사 방식으로 사용중인 SW의 불법복제율을 가늠한다. 그나마 이는 표본을 선정해 설문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BSA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프심위는 설명한다.
정부나 관계기관이 불법복제율이라는 수치에 신경이 쓰이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BSA의 불법복제율은 통상협상 때 미국의 협상 압박용으로 등장하는 단골메뉴기 때문이다. 또 정부로서는 불법복제율 감소가 SW산업 육성정책의 실적치로 잡힐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의 SW 불법복제 단속에 따른 부작용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율은 줄어들 기미가 전혀 없다는 BSA의 일방적 발표나, 이를 반박할 신뢰성 있는 자료를 내지 못하는 정부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엔 정부가 진행하는 불법SW 단속에 통계기법을 적용해 불법복제율을 산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어차피 진행할 단속이라면 통계적 표본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상업체와 기관을 선정, 단속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불법복제율을 산정하자는 것이다. SW 개발업체들은 SW 불법복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신뢰성 있는 불법복제율 산정은 SW산업 현황을 정확히 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잣대로서 중요하다. SW 불법복제율 산정을 두고 벌인 공방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불법복제율 산정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는 협상용이나 실적을 대변하는 수치로 불법복제율이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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