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가 이동통신사와 제대로 한판 붙으려나 보다. 연예기획사 포이보스가 통화연결음 등 이통사 디지털음원 서비스의 낮은 수익분배율에 불만을 터뜨리며 ‘음원 공급 중단 고려’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포이보스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가수 SG워너비의 소속사라는 프리미엄과 이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반감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예상 외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통사들이 올 상반기 음원 재계약 기간을 맞으면서 예견됐다. 벨소리·통화연결음 등에서 수익을 올려온 음악계가 그동안 낮은 분배율에 대해 별다른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돈이 몰리면서 대항할 여력을 찾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기획사 P는 이통사와 협의조건이 맞지 않자 음원을 모두 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어느 쪽이 얼마나 수익을 가져가는 게 맞는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정답은 없다. 양측이 협상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다. 다만 생각해볼 것은 이번 싸움이 전체 음악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MP3폰·소리바다·벅스 등 디지털 환경과 충돌할 때마다 음악계는 그 나름대로 단합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투쟁했다. 반면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처음에는 한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가 각개격파를 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앞에서 열심히 싸운 사람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뒤에서 남몰래 협상을 잘한 사람만 이익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디지털음악 시장은 수년간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하건대, 이번에 이통사와 요율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만큼은 개별 기업으로서가 아니라 음악계 전체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그래야만 그 결과가 ‘음원 공급을 하는 조건으로 이통사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서 우리 회사는 행복하다’가 아니라 ‘전체 음악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익 배분 체계를 확립했다’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협상을 수면으로 끌어내 투명하게 진행하자. 그동안 디지털음악 관련 문제 해결에서 언제나 배제돼 왔던 소비자에게도 상황을 판단할 기회를 주자. 음악 시장은 생산자와 공급자, 소비자가 모두 힘을 모아야만 발전시킬 수 있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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