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성인 콘텐츠가 물의를 빚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인터넷 동영상 광고가 말썽이다. 사건의 진원지는 국내 최대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옥션’이다. 옥션은 이달 초 새로운 동영상 광고 6편을 옥션 사이트에 게재했다가 선정성·폭력성 문제로 하루 만에 광고를 내리고 공개 사과했다.
문제의 광고는 ‘속궁합 청바지’ ‘독한뇬’ ‘시체놀이’ ‘싸대기’ 등의 민망한 제목을 달고 학교폭력·금품갈취·모텔정사 등 상식 밖의 소재들을 다뤘다. 네티즌이 이 광고를 퍼나르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1일 인터넷 광고 심의관련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포털 등 인터넷 매체가 사전에 자율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정부도 정책적으로 사후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심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울 수 없는 아쉬움은 늘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 특성상 사전에 모든 콘텐츠를 걸러낼 수 없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옥션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 같은 인터넷의 특성을 핑계로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정부가 다소 안일한 자세로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정통부와 인기협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광고TF를 구성해 관련 대책을 고민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옥션의 ‘악수’에 대해 ‘후수’를 두는 꼴이 됐다.
얼마 전 경찰이 무선 인터넷 성인소설(야설)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이동통신 3사가 뒤늦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요청하고 사별로 후속 장치를 마련하느라 분주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포털들도 심의실조차 없이 사안별로 단편적인 판단에 그쳤을 뿐이다.
정통부와 인기협은 다음주 이번 사태의 대응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뒤늦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난해 인터넷 광고 시장은 전체 광고 시장의 10%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당장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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