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SW업체가 사라진다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8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순수 SW개발업체는 4월 말 현재 한글과컴퓨터 등 13개사로, 지난해 같은 시점(62개)에 비해 무려 50개 정도가 줄었다. 상당수 업체가 우회상장의 표적이 되거나 돈 되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은 “SW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코스닥 SW업체가 무너지면 장외 SW업체들의 증시 상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간다면 얼마 되지 않아 코스닥에서 SW업체를 찾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SW 돈벌이 안 된다=SW 사업만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돈 되는 아이템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한 업체가 적지 않다. 고객관계관리(CRM) SW개발업체였던 유니보스는 최근 3D사업과 바이오 등 신규 사업을 강화하면서 주력사업인 CRM을 사실상 중단했다. 유니보스는 현재 웰빙 제품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쓰리소프트도 본업보다 지진속보단말기, 차량용 텔레매틱스 단말기 시스템 및 DMB 모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사실상 SW업체를 포기하고 하드웨어(HW)업체로 전환했다. 한때 SW로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했던 한국정보공학도 최근 HW와 유통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했다. 보안업체인 소프트포럼도 LCD 장비업체와 두레테크와 합병, 사업다각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SW업체들이 매년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HW 등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순수 SW 개발만으로 실적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대표 SW업체 백도어 표적=증시 활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싼 SW주들이 우회상장의 표적이 됐다.

 케이컴스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업체로 자리매김했지만, 적자 탓에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밑돌았다. 결국 휴대폰 부품업체인 마리나텔레텍에 백도어를 당해 경영진 모두 물러났다.강태헌 전 케이컴스 사장은 “회사명만 코스닥에 놔두고 새롭게 DBMS 사업을 진행중”이라며 “주주들의 거센 요구로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보안업체인 퓨쳐시스템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바이오업체인 렉산파마슈티컬스에 영업양도를 하고 사실상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육가공업체에 인수당한 이네트 등 경영난에 봉착한 상당수 SW업체가 백도어를 통해 코스닥에서 물러났다.

 ◇도전은 계속된다=이 같은 현상은 장외 SW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SW업체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퇴출되면서 SW업체에 대한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외 대표주들이 하루빨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 코스닥 시장의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해법을 내놓았다. 현재 장외에는 국내 최대 기업용 SW업체인 티맥스소프트를 필두로 트라이콤 등 경쟁력을 갖춘 SW업체가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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