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06 핫이슈](상)차세대 콘솔게임기

이번 E3 2006은 닌텐도의 독무대가 될 여지가 매우 크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카드를 다 펼쳐 논 상태고 소니는 PS3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끊임 없이 문제점이 제기돼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닌텐도는 가장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으로 단숨에 3위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콘솔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로스엔젤리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될 E3 2006에서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가칭)’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닌텐도는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정보를 작년부터 조금씩 흘렸으나 내년으로 예상되는 발매시기에 맞춰 이번 E3 2006에서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레볼루션’은 닌텐도의 모토인 ‘오로지 게임에 최적화된 콘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게임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 제품의 두께는 DVD 패키지를 3장 겹친 두께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크기의 CD를 지원한다. X박스360이나 PS3와 달리 더욱 소형화시키고 저전력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부담을 덜었다. 게임큐브용 소형 CD도 사용이 가능해 기존의 타이틀을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에서 닌텐도 64, 슈퍼 패미콤 등 과거 타이틀을 다운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DVD 비디오 재생도 이번엔 포함됐다. 특히 네트워크 기능을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과거 경쟁사였던 세가와 손잡고 세가의 타이틀도 리스트에 올릴 예정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독자 노선을 걷는 것으로 유명한 닌텐도가 MS와 소니가 온라인 기능과 콘텐츠에 집중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이는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매우 놀라운 일이다. 바로 전 제품인 게임큐브가 DVD 재생을 지원하지 않아 유저들의 원성을 샀던 점에서 ‘재생 가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봐도 닌텐도의 달라진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레볼루션’은 기상천외한 컨트롤러를 이번 전시회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컨트롤러는 2개로 구성되며 하나는 TV리모컨과 흡사하다. 다른 하나는 전투기 스틱과 유사한데, 게임에 따라 이 두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하나만 지원된다. 일반적인 상식을 깬 이 컨트롤러는 한손으로 조작하게 돼 있다. 전면에는 적외선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게임 화면과 동기화가 이뤄진다. 따라서 컨트롤러 자체를 테니스 라켓, 낚시대, 총, 칼 등 무기로 인식시킬 수 있다. TV앞에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패드만 조작했던 과거와 달리 유저는 활발하게 움직이며 게임에 빠져들도록 설계된 것이다. 닌텐도의 이와타 회장은 “게임이 너무나 고도화되고 있어 오히려 일반인들이 게임을 멀리하게 되는 원인”이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과 마니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게임스타일을 제안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의 결과가 바로 컨트롤러의 ‘혁명’인 것이다.PS3는 이미 작년에 대부분 정보가 공개됐고 발매일까지 발표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회의적인 여론이 적지 않아, 소니는 이번 E3 2006에서 이러한 의견을 잠재울 내용을 발표해야만 한다. PS3가 차세대 게임기 가운데 가장 진보한 기술과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것에 대해 부정하는 관계자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았는가’를 묻는 관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CPU인 셀(CELL)은 슈퍼 컴퓨터 성능에 필적하는 칩이다. 성능만으로 보면 단연 최고지만 ‘그 정도까지 필요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발열량이 너무 높은 것이 지적되고 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차세대 시스템 블루레이 디스크를 탑재한다. 게임의 퀄리티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고 있지만 지금의 X박스360 수준만 돼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더 이상 발전되면 제작비가 너무 상승하고 그렇다고 게임이 재미있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판이 녹을 정도’의 엄청난 열을 낮추지 못하면 가정용 제품으로 불합격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X박스360 게임은 현재 기술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PS3용 타이틀은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11월 발매로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개발사에게도 개발툴을 제공하지 않아 의문점은 더욱 증폭된다. 하나의 작품은 최소 일년 이상 개발기간이 필요한데 소니의 이러한 움직임은 개발사에게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E3에서 소니는 PS3에 대한 컨트롤러와 하드디스크, 온라인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의문점들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야 PS2의 아성을 굳건히 이어갈 것이다.MS는 X박스360 라이브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이미 라이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이 MS측의 설명이다. 앞으로 대규모의 무료 아케이드 게임을 업데이트하고 모든 작품 간의 캐릭터, 아이템 거래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며 이러한 세부 내용을 이번 E3에서 발표한다. 세계적으로 X박스360 라이브는 수백만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어 추후 콘텐츠만 확보하면 가장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소니 역시 온라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필 해리슨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디스크 기반에서 네트워크 기반으로 게임산업의 근간이 옮겨지고 있다”며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로 게임을 사고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얼마전에는 PS3 온라인게임 개발에 대한 무상지원책을 국내에서 발표하는 등 소니의 온라인게임과 서비스에 대한 의지는 대단히 강하다.

소니와 MS,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는 공통 분모를 보이고 있어 이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E3에서 각종 전용 타이틀과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온라인’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S는 소니와 닌텐도와 달리 PC와 연동이 가능한 타이틀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고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 가장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닌텐도의 레볼루션과 PS3가 아무리 뛰어나도 PC 시장까지 장악할 여력이 있는 MS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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