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반도체 설계업계에 빅뱅 기운이 감돌고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으나, 국내 팹리스산업은 아직 선진 팹리스와 달리 중소기업형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 백뱅 움직임에는 반도체설계라는 아이템의 특성과 후발이라는 한계 때문에, 단기적으로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규모’를 특정 팹리스 기업이 홀로 갖추기는 어렵다는 현실론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 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팹리스 반도체설계 업계에는 규모경제 실현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및 효율적 사업 추진이라는 과제를 전제로, 3가지 방향의 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IT SoC협회 이민영 팀장은 “최근 들어 세트업체들은 여러 기능이 원칩화 또는 보드 상에 집적돼 실제 구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를 원한다”며 “특히 해외시장 개척 시 분야가 다른 여러 팹리스가 연합해 종합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시제품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롭게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업체나 이미 특정 분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업체도 새로운 아이템 발굴을 통한 사업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스템반도체 특성상 차기 아이템의 개발 자체는 독자적으로 진행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주변 칩은 이미 개발된 타 팹리스의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시장의 니즈를 리얼타임으로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때문에 팹리스 업계에서는 아무도 공식화하고 있지 않지만, 물밑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빅뱅은 △순수 팹리스 중심 연합 △솔루션마케팅(유통)업체 중심 연합 △파운드리 중심 연합이라는 3가지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 ‘순수 팹리스 중심의 연합’은 이미 일정 규모를 실현한 팹리스 업체가 주축이 돼 자신의 기술과 타 업체의 기술을 융합하는 공동개발을 추진하거나, 해외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계보를 그릴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조만간 공동개발·M&A 등 다양한 모습으로 팹리스 빅뱅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솔루션마케팅(유통)업체 중심 연합’은 IT분야 마케팅 및 유통에서 장기간 노하우를 축적한 업체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구매파워·미래 제품에 대한 안목을 무기로, 분야별 팹리스업체들과 공동 분업 개발 및 마케팅을 추진하는 형태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구매 및 판매력에 일정 한계가 있는 팹리스와, 세트 업계와도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 업계가 협력하는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 중심 연합’은 설계된 디자인을 실제로 칩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주축이 돼 윈윈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파운드리로서는 고객인 팹리스를 다수 유치해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팹리스 업체로서는 안정적인 생산라인을 확보하면서 대기업 규모인 파운드리로부터 자금지원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파운드리 업체들이 최근 급성장하는 국내팹리스를 겨냥해 협력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김휘원 과장은 “3가지 방향의 움직임이 모두 감지되고 있으며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 3가지 형태가 융합되는 형태로 진화돼 제2 도약을 꿈꾸는 한국 팹리스산업 발전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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