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IT 육성 정책이 겉돌고 있다.
국내 최대 IT 도시라는 명성도 이제는 약해졌다. IT 도시라고는 하지만 딱히 이것이라고 내놓을 만한 대표적인 특성화 산업이 없다. 반면 후발 주자였던 대구시와 광주시는 최근 각각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광산업으로 특성화에 성공,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가 차별화된 IT산업에 올인 하는 동안 대전시는 기존 대덕연구단지와 대덕밸리의 축적된 인프라만 강조하며 현실에 안주한 결과다.
사업 기획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과연 IT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지난달 정부가 실시한 공개 소프트웨어 시범 사업 공개모집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전시 직원이 신청 마감 시간을 넘겨 서류제출 장소에 도착한 탓에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일이 생겼다. 교통체증 때문에 늦었다고는 하지만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정부의 지역 특화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해당 신청 지자체들 가운데 꼴찌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전게임아카데미가 전국 4대 게임콘텐츠 제작인력 양성기관 가운데 최고 성과를 내고도 2위에 머무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1위는 떼논 당상이라고 여겼지만 결과는 대구에 한수 뒤진 2위로 나타났다.
예기치 못한 결과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대전시에 있었다. 최근 정부나 공공기관이 투자하는 IT 관련 첨단산업은 대다수 지자체의 육성 의지가 크게 반영된다. 결국 최종 심사 평가에서 사업 투자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대구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반영하듯 대전시를 대하는 정부의 시선도 예전같지 않다. 대전시의 IT 경쟁력이 최소 2∼3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이야기가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에서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전시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했다고 해서 대전의 IT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더는 다른 지자체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시의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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