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워싱턴에서 3000마일 떨어진 서부 캘리포니아로 날아와 지난 일주일 동안 머물며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는 이미 첨단기술 분야 무역 적자의 80%가 대중 적자일 정도로 미국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C넷 등 외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시스코시스템스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결코 인도와 중국에 추월당해선 안 된다”며 “5∼10년 뒤에도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첨단기술 경쟁에서 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기지로 만드는 각종 연구, 개발 사업에 집중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해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의 박수를 받았다.

 ◇미국 경쟁력 유지의 핵심 사업=부시 대통령은 연설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불만 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긍정적 조치를 내릴 것을 시사했다.

 특히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미국 첨단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을 위해 단기취업(H1-B) 비자의 발급 제한 철폐를 주장했다. 중국과 인도가 미국보다 10배나 많은 이공계 박사 학위자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국정연설에서 발표한 ‘미국 경쟁력 제고 구상(ACI:American Competitive Initiative)’ 법안의 가장 큰 수혜 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ACI 구상은 향후 10년간 총 1360억달러를 기초과학 연구과 이공계 인재 양성을 비롯해 나노기술·슈퍼컴퓨터·대체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시 행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세계 첨단 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조차도 세계화 물결 속에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한국·중국·인도 등의 추격으로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흔들리는 미국의 첨단기술 우위=때마침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글로벌화와 아웃소싱 심포지엄에서 첨단기기 제조 기술 직종이 역외로 이전되고 디자인과 다른 부가활동만 미국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떤 경우엔 미국 디자인 엔지니어가 역외 생산지역의 제조팀과 함께하면서 현지 기술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반도체와 PC 분야 생산 기술 및 인력뿐 아니라 설계 인력도 빠른 속도로 아시아 국가로 유출되고 있다. 또 인도계 아웃소싱 업체들은 사무자동화와 첨단 DB 제품을 제외한 SW 시장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다. PC 산업은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제품 생산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 부문까지 석권했다.

 ◇미국의 경쟁우위 부문은=여전히 팹 개발 기술과 핵심 SW 기술 부문은 미국이 우위를 보인다.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인 제프리 마처는 “미국의 선발 칩 메이커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해외에 주입, 투자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고 분석한다. 그는 반도체 팹 개발 같은 것은 미국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크리스 포먼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대다수 SW 서비스가 인도로 이전되고 있지만 혁신적 DB와 사무자동화 SW 부문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에서 보듯 미 연방정부의 지속적인 R&D 부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쇠퇴가 뻔하다는 게 포먼 교수의 지적이다.

 엔지니어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데이비드 모건테일러는 “미국의 핵심 기술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연방정부의 연구 지원 감소와 IT 관련 졸업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우위상황은 4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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