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 팔기’는 유통업체가 자본 대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즐겨 썼던 방법이다. PC와 주변기기를 번들로 팔거나 서버를 팔면서 스토리지를 끼워 주는 식이다. 시스템 유통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도 이를 당연시해 왔다. 지금은 오히려 이 같은 편법이 유통업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재고 부담의 원인이기 때문.
“하드웨어 가격이 급락해 10만원 더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다.”(인텔 서버 공급업체 관계자) “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IBM 임원)
전문가들은 이제 하드웨어 유통의 힘을 손에 잡히지 않는 ‘솔루션’과 ‘서비스’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드웨어의 일용품화(품질 균일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솔루션과 서비스 만이 차별화 요소라는 설명이다.
국산 서버 제조업체 KTNF, 인텔 서버 유통업체 디지털헨지와 테라텍은 보안· 웹메일· 스팸 차단 솔루션 업체와 손잡고 수익성 타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보안 서버· 랜더링 팜 서버· 웹메일 서버와 같이 솔루션 기반 특화 제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솔루션 업체와 아예 영업망도 공유했다.
HP· IBM· 후지쯔· EMC 등 간판 컴퓨팅업체가 솔루션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업체는 협력사가 솔루션까지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컨설팅· 서비스 오퍼링·기술 전수 프로그램을 속속 만들고 있다. 일례로 한국후지쯔는 솔루션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중이고 협력사를 산업별로 특화 육성하기 위해 솔루션 취급 능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EMC 이만영 상무는 “솔루션과 서비스 비즈니스는 고객의 상황을 분석하고 시장을 읽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라며 “납품 성격이 강한 하드웨어 유통과 달리, 솔루션과 서비스 비즈니스는 시장을 만들고 고객을 리딩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문. 시스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시스원은 사업의 무게 중심을 유통에서 아웃소싱 서비스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아웃소싱 서비스에는 시스템 구축, 운영, 컨설팅 및 통합 유지보수를 모두 포함한다. 또 관계 회사인 KCC시큐리티와 함께 보안 관제 서비스에도 도전했다.
물론 모든 분야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구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문 분야가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특정 분야만큼은 시스템- 솔루션- 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제휴를 통해서든, 자체 인력을 통해서든 확보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하드웨어의 가격 인하와 출혈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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