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전업계에는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CEO들은 만나는 자리마다 자사 제품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예전 같으면 대서특필됐을 레드닷이나 CES 혁신상을 타는 것은 이제 큰 자랑거리가 아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제품까지 국제 디자인상을 수시로 탄다. 그만큼 디자인에 대한 우리 기업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냅킨 한 장’으로 유명해진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 그는 두 가지 매력을 가졌다. 하나는 사람 좋은 웃음이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에 대한 당당함이다. 웃음과 당당함은 ‘프리즘’과 ‘N10’으로 레인콤의 신화를 만들었고, 삼성전자의 자존심인 애니콜을 가로로 눕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노트북 컴퓨터에서 모니터와 키보드를 아예 분리시켰다. 모두 기존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협상테이블에서 이런 말을 던진다. “성공하면 그때 비용을 치르십시오.” 대부분의 CEO는 그의 말 속에 ‘나를 믿으십시오’라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가 이 말을 던질 때는 이미 그 머리 속에서 새로운 제품 디자인이 완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그 자리에서 바로 믿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이나 양덕준 레인콤 사장 같은 이다.
최근 김 사장은 중국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TCL 노트북PC를 통해 그는 12억 중국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의심 많기로 유명한 중국인이 김 사장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던지는, ‘성공하면 그때 비용을 치르라’는 말뜻을 중국인이 믿고 있다는 것,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을 지향한 이후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김영세 스타일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국내 유명 의상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과 손을 잡고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용품 디자인에 도전한다. 고졸 출신으로 세계적 디자이너가 된 그는 벌써 일흔 살을 넘겼다. 최근 아파트 실내 디자인에서 탁월한 취향을 보였던 그가 전혀 해보지 않은 가전제품 디자인에 나선다. 모두 앙드레 김이 만들 지펠과 하우젠을 궁금해 한다.
그의 도전에는 몇 가지 관전포인트가 있다. 의상과 달리 가전제품 디자인은 내부 기계적 시스템과 새로운 최신기술, 안전성 등이 고려돼야 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가전업계에 던질 화두다. ‘심플함과 엘레강스’를 강조할까, 아니면 김영세 스타일로 ‘나를 믿으라’는 선교사 스타일일까. 이래저래 화제가 된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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