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이면 홍콩반환 10주년이 된다. 홍콩반환은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를 긴장시킨 커다란 사건이었다. 자고 있던 거대한 용인 중국에 눈을 그려 넣는 일이었다. 이후 중국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을 하고 있다. ‘중화’로 대변되는 중국 특유의 포용과 융화 사상이 세계의 모든 것을 중국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중국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중국의 개방화와 선진화에 따른 우리 음악산업의 기회와 위기를 말하기 위함이다. 21세기 우리 음악시장은 디지털화로 큰 몸살을 앓고 있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그만한 투자와 성공담이 드물었다. 당연히 외국 메이저 음반사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성격을 가진 음반사와 프로모션사도 없었다. 무엇보다 한정된 작은 시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언어와 감성의 차이로 유럽이나 미주지역에 진출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의 대중음악 문화와 관련 산업계는 그야말로 국내 산업이라는 울타리를 넘기가 어려웠다.
사상·체제·정치적으로 닫혀 있던 거대한 중국 시장이 열리고 ‘한류’라는 바람이 불면서 우리는 큰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중국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에서 너무도 이르게 ‘한류’ 바람이 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홍콩 반환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내 거의 모든 음악은 중국 정부의 것이었고 근대화되지 못한 전통음악과 중국 공산당이 지정한 사회주의적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은 문화적으로 홍콩이라는 문호를 통해 서구의 문물과 문화를 급속히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은 변해갔고 문화와 정보 인프라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장점을 그들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새로운 경제대국과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홍콩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서비스중인 미디어 채널 [V]가 있다. 채널 [V]는 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미디어 채널을 확보했다. 그룹 안에는 나스닥에 상장된 거대 포털 톰닷컴(TOM.com)과 아시아 대표 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도 있다.
이러한 엄청난 브랜드 파워와 재력, 소비자 집단을 가진 곳이 하나의 기업이며 그것이 모두 미디어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는 점과 이것이 중국 내 많은 집단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놀랍고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 우리는 ‘한류’라는 상품을 파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건이 잘 팔리는 것 같으니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무작정 해외로 들고나가기 바쁘다. 정부에서도 ‘한류’, 민간에서도 ‘한류’ 하며 오히려 우리나라 안에서 한류가 더 인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류가 뭘까. 나는 한류의 정체가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바람이다.
한류 바람에 우리의 배는 지금 순항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멎으면 망망대해에 고립되고 길을 잃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노를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엔진을 갖추고 기름을 채워 놓아야 한다. 노를 저을 선원을 배불리 먹여 놓아야 한다.
한류가 멎어도 그들이 애타게 찾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한류는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가 상품과 기업의 가치와 구매의욕을 결정한다. 좋은 브랜드를 가진 건강하고 능력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좋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그 나라 산업의 엔진이다.
그리고 엔진이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기름, 즉 자금 조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자금 조달 시장은 시장의 구조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러한 역량을 미디어와 미디어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시켜야 한다. 이 시대에 미디어의 힘이 어떤 것인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화나 음악 하나가 아닌 우리의 미디어가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췄으며 영향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할 때다. 이 부분이 바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추연수 한국음악산업협회 본부장 adamcho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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