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로봇 산업은 정보기술(IT), 문화기술(CT), 제조기술과의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내면서 각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자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광주·전남, 대전, 인천도 로봇산업을 테마로 기존 지역산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새로운 지역산업 활성화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주는 생활가전 분야의 삼성광주전자를 중심으로 지역내 가전산업을 로봇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인천은 로봇스포츠를 지역 특화문화산업으로 키워내 로봇시티로 육성하고 있다. 대전은 지역내 벤처기업들을 육성, 새로운 산업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광주·전남, ‘가전로봇’ 메카 노린다=광주는 세계 최대 가전로봇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지난해 전남대 박종오 교수를 중심으로 ‘가전로봇 실용화사업 워킹 그룹’이 구성돼 세부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정부에 예산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현재 광주시가 요청한 예산은 내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총 600억원이며, 크게 가전로봇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나뉜다. 가전로봇 연구개발사업은 가사·오락·건강·부품소재 등이며 인프라 구축에서는 시범단지 조성과 기업지원, 인력양성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가전로봇 실용화 사업단’ 구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008년께 시판용 가전로봇이 출시될 전망이다.
광주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라인의 확대를 계기로 국내 최대 생활가전 집적지로 생산 및 제조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가전로봇 산업 육성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도는 농사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1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민간자본 등 300억원을 들여 농사용 로봇을 개발하는 기술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내 최대 농기계 업체인 대동기계를 비롯해 LS전선·전남대·전남도농업기술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농사용 로봇은 △잡초 제거 △트랙터로봇 △농약 살포 △수확로봇 등으로 오는 2007년 말 실험 로봇을 선보이고 2010년에는 실용화 단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천, ‘로봇+문화산업’=인천은 지역의 전통 제조업을 지식기반 제조업으로 특화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ICT 로트로닉스(IT+CT+Robot+Mechatronics)’사업 구상을 실현해 가고 있다. 국가과제인 지능형 로봇산업 발전전략에 발맞춘 인천 지능형로봇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인천로봇종합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센터는 용현, 학익지구 신도시 예정지에 건립하고 국가사업인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오는 6월경 마무리 짓고 의견수렴을 거친 뒤 확정할 계획이다. 인천은 지역내 제조업의 로봇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SB텔콤 등 지역내 6개 업체의 참여로 지역 전문로봇회사 유로봇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3년내 매출 15억, 시장점유 4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은 이와 함께 로봇스포츠를 육성해 문화콘텐츠로서의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한다. 남구청이 중심이 돼 벌이는 이 사업은 대한민국로봇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EBS 로봇파워와의 연계를 통해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중앙정부의 사업 유치도 추진한다. 지역디자인혁신사업을 통해 로봇도시 세우기에 도전한다. 정통부의 공공서비스로봇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로봇전용경기장과 남구과학문화도시에 안내 로봇을 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 ‘벤처육성 주력’=대전시는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로봇사업단을 주축으로 지능형 로봇 산업 기반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로봇산업단은 다른 지역과 달리 로봇 산업을 견인할 만할 대기업이 없는 지역의 현실을 감안, 대덕연구개발특구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는 순수 로봇 관련 기업이 30여개 정도 활동하고 있으며, 로봇 산업 범위를 메카트로닉스 분야로 확대할 경우 관련 기업체 수는 70여개로 크게 늘어난다. 로봇사업단은 지난 2004년 말 이 지역 산·학·연 로봇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로봇 클러스터를 구축, 로봇 산업 육성의 첫 단추를 꿰었다.
로봇 클러스터는 대학 및 연구소 중심의 인력들로 구성된 로봇 연구회와 벤처기업인 위주의 산업 협의회로 각각 구분, 매년 2차례 워크숍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지역 로봇 산업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로봇사업단은 내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지능로봇산업화센터를 통해 포스트-TBI 단계의 로봇 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향후 5년간 2단계 사업으로 대덕특구내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 성장단계에 놓여있는 지역기업들은 물론 외부 지역의 기업을 유치해 이들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대전 8월말 지능로봇산업화센터 출범
사진 설명=대전지역의 로봇산업 육성 거점 기관이 될 지능로봇 산업화센터 조감도.
대전지역 로봇 산업 발전을 한층 가속화할 첨단 인프라가 오는 8월 문을 연다. 대전시첨단산업산업진흥재단 로봇사업단은 오는 8월말 대덕테크노밸리에서 ‘지능로봇산업화센터’ 준공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국비와 시비 등 총 101억5000만원이 투입된 지능로봇산업화센터는 부지 5000여평, 건축 연면적 2500여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지어진다. 1층에는 초정밀 고속가공센터가, 2층에는 지능로봇 초기 단계 제품을 3D그래픽 시스템을 사용해 설계할 수 있는 지능로봇 특화디자인센터가 들어선다. 또 3층과 4층에는 기계, 전기전자 분야의 지능로봇 정밀측정지원랩이 각각 설치되고, 5층과 6층에는 지능로봇 신뢰성 평가 테스트베드 지원실과 기능로봇 특화 교육센터가 설치된다. 이와 함께 총 1200여평의 기업 입주 공간을 마련, 총 24개 로봇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종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입주대상 기업으로는 △로봇관련 시스템기업 부품기업 및 소프트웨어 분야기업 등 로봇 산업관련 기업 △로봇산업 컨설팅 및 기업지원 서비스기업 등이다. 로봇사업단은 벤처기업에서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장비를 구축, 제품 개발 초기부터 생산까지 종합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능로봇산업화센터 오픈을 계기로 지역내 지능로봇산업의 집적화를 추진, R&BD 클러스터 육성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남궁인 로봇사업단장은 “무엇보다도 지역 로봇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대기업이 없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로봇산업은 시스템이 중요한만큼 메카트로닉스 등 관련 산업체를 동시에 육성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박종오 전남대 교수
“지역의 특화사업 모델로 상호네트워크 구축해야”>
“현재 각 지역별로 다양한 로봇산업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지역별 특화 방향도 정립한 것 같습니다. 특히 광주에서는 가전산업의 고부가가치 일환으로 가전로봇 육성을 추진중이어서 성공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처음 국제로봇연맹(IFR) 회장을 맡고 있는 전남대 박종오 교수(51·기계시스템공학부)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뒤늦게나마 로봇산업 육성을 적극 나섬에 따라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 로봇산업 육성방향을 고려해 수도권에서는 지능형 로봇 허브기능을 맡고, 중부권에서는 지능형서비스 로봇, 경남권에서는 첨단 제조용 로봇, 포항에서는 해양 로봇, 호남권에서는 가전 로봇을 특화해 상호 네트워크 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책이 대부분 인프라에만 집중된 반면, 연구·개발 지원은 수도권 등 특정지역에만 집중돼 있어 나머지 지역에서는 제대로 신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광주지역 로봇산업에 대해서는 “삼성광주전자 등 생활가전 업종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광산업 등 연관산업이 비교적 고루 발전돼 있어 가전로봇 육성의 최적지”라고 평가한 뒤 “약점으로 꼽히는 핵심기술 분야의 개발과 산업화 등을 보완한다면 광주 로봇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올해 초부터 임기 1년의 ITR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교수는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산업용 로봇에만 편중돼 있는 각종 통계 등을 서비스 로봇 분야로까지 확대해 국제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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