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700번지 일대(서울대공원 앞 7만4000평)에서 새 ‘국립과학관’ 기공식이 열린다. 국립(國立), 즉 나라가 세운 과학관 앞에는 자연스레 ‘대표로 내세울 만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렇다면 지금 대표로 내세울 만한 과학관은? 대전광역시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이다. 여기서 잠시 우리나라 국립중앙과학관 역사를 되짚어보자. 1926년 10월, 일제가 과학관 설립을 승인했다. 이듬해 5월, 지금도 어금니가 맞물리는 조선총독부가 서울 중구 예장동에서 광화문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겨난 공간에 상설전시관을 열었다. 이후 국립과학박물관(1945년), 국립과학관(1949년)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한국전쟁 때 불에 탔다.
1960년 8월, 한국전쟁 뒤 10년여간 국립과학관이 없는 설움(?)을 딛고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새로 터(현 국립서울과학관 자리)를 마련했다. 1972년 9월, 국립과학관 상설전시관 개관식이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잔치(?)로 열렸다.
그런데 일제가 국립과학관 씨앗(설립)을 뿌렸던 탓일까. 일왕 사는 곳 옆에 국립과학기술관이 있듯, 창경궁 옆에 국립과학관이 자리잡았다. 심지어 당시 과학관 관리·운영체계를 맡는 조직이름도 ‘보급부’(일본)와 ‘보급과’(우리나라)였다.
과학기술부 한 관계자는 “예전엔 몰랐는데 막상 일본에 가보니 과학관 위치부터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너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21세기, 새로운 국립과학관을 만들려 한다. 그 중앙홀 천장에 ‘태양을 찾아서’라는 상징조형물을 매달 예정이다. 이 상징조형물안은 애초 설계안에 없다가 작년 12월에 갑자기 포함됐는데, 그 설치방식이 도쿄 과학미래관(미라이칸)과 많이 닮았다.
국립과학관추진기획단의 이근재 기획과장에게 “미라이칸을 복사해 놓은 것 같다”고 했더니 “복사는 아니고 미라이칸, 파리 라빌레트, 런던 과학박물관 등 세계 유명 과학관을 두루 벤치마킹했다”고 대답했다.
진정 바라건대 단순 복사가 아닌 창조적 모방(벤치마킹)을 통해 대표로 내세우기에 거리낌이 없을 국립과학관을 만들자.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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