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협회의 주인은 누군가

지난 6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사무실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최근 열린 총회에서 박광식 회장을 불신임한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IPCA 사무실을 점거하려 하자 박 회장측에서 이를 결사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힘으로 사무실을 점거되고 농성이 이어지는 등 IPCA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IPCA 사태를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협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자문해 본다. 그 답은 당연히 회원들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협회의 모습은 진정한 주인은 뒷전인 채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이전투구뿐이다.

 협회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가 회원들의 권익보호인데도 불구하고 이는 제쳐놓고 주도권 잡기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회장 자리만 지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박 회장측이나 회장만 바뀌면 IPCA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비대위측의 입장은 아무리 자로 재보아도 초록은 동색이란 생각만 든다.그들은 IPCA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잊고 있는 듯 하다.

IPCA는 태동 때부터 ‘불협화음’의 요소를 안고 있었다.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가 대통합에 합의하며 IPCA가 출범했지만 출발 초기부터 ‘삐끄덕’거렸다. 그러나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방치해 놓음으로써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양측은 회장 중간평가 문제를 법정에서 가리겠다고 한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어느 한 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회가 둘로 갈라질 수도 있다.다시 강조하지만 법정에서 해결해야 할 성질 것이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필요하다면 한쪽에서 양보하는 미덕도 보여야 한다.그다음 진정으로 회원들을 위한 협회로 거듭나야 한다.그 게 순서다.

이 방법만이 IPCA에 등을 돌린 회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누가 회장을 맡느냐 하는 문제 보다도 지도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에 크게 실망하고 있는 회원사의 마음을 아우르는 길이 더 시급한 과제다.양측은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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