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의 주무부처를 놓고 문화관광부와 지리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이번엔 e스포츠쪽에도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통부 산하 디지털 콘텐츠와 솔루션산업 육성 실무 집행 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원장 고현진, KIPA)이 ‘국제온라인게임대회’란 이름으로 국제 e스포츠 행사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KIPA측은 “온라인게임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문화부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정통부는 사실 ‘네트워크’라는 IT 기반기술의 주무부처란 점을 내세워 이미 온라인·모바일게임 등 게임산업에 깊게 발을 담근 상태다. 하지만, 문화부 고유 영역인 e스포츠만큼은 예외였다는 점에서 이번 KIPA의 e스포츠 행사 추진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게임업계 해외진출 지원용”
KIPA의 국제게임 대회 개최에 대해 문화부 및 관련 기관에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지만, KIPA측의 명분은 단호하다. 한마디로 ‘e스포츠’란 N세대들의 강력한 툴을 활용해 국산 온라인게임의 타깃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WCG 등 문화부가 지원하는 국제게임대회가 대부분 외국산 게임을 이용하는 반면, KIPA는 순수 국산 게임으로 종목을 구성할 방침이다.
KIPA는 또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줌으로써 유저들의 로열티를 높이고 신규 유저들을 흡입해주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해외 진출 지원도 KIPA가 강조하는 이번 이벤트의 목적이다. 특히 미주, 유럽, 일본 등 전략 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수단을 확보에 이같은 게임대회가 적격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또 정통부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업계에 대한 전략 시장 진출 지원이란 정책과도 일맥 상통한다.
KIPA측은 “‘스타크래프트’ ‘카운터스 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3’ 등 외산 게임 위주의 게임대회를 지양하고 ‘순수 국산 온라인게임 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대회’라는 이슈 선점을 통해 (온라인게임)종주국으로서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e스포츠 영역 침범 신호탄”
그러나, KIPA측이 제시하는 이같은 대의 명분에도 불구, 문화부측은 “이번 프로젝트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국제 홍보 수단이라는 명분하에 정통부가 KIPA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e스포츠 영역에 진입하려는 시도”라며 추진 배경에 즉각 문제를 제시하고 나섰다.
나아가 e스포츠 분야는 IT 영역이 아니라 문화 활동 영역일 뿐만 아니라 문화부가 오래전부터 전개하고 있는 사업으로 명백한 업무 중복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게임 주무부처와 협의도 없이 산하기관을 동원해 게임대회를 개최, 불필요한 업무중복을 행하고 있다”며 이는 e스포츠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일”이라고 발끈했다.
문화부 산하 게임산업 지원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측은 “문화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이 국제적으로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면서 KIPA의 이번 행사는 또다시 문화부와 정통부의 업무 중복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e스포츠가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마케팅툴로 부상하고 네티즌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정착되면서 정통부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네트워크나 게임엔진 등 기반 기술이라면 몰라도 e스포츠는 문화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문화부에 힘을 몰아주는 것이 정책의 효율성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 “주무부처 논란 다시 불거질 듯”
두 부처간의 논란에도 게임업계는 이번 KIPA 행사를 반기는 분위기다. 행사를 추진하는 실질적인 배경과 상관없이 이같은 행사가 국내는 물론 해외 마케팅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국제 대회는 물론 국내 대회도 대부분 외산 게임 위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순수 국산 게임으로만 종목을 편성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견 게임퍼블리셔의 한 관계자는 “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곤 자생력을 갖춘 e스포츠 종목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게임대회는 스포츠적 측면보다는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점에서 이같은 국제대회는 다다익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KIPA 의도 대로 만약 이번 국제온라인게임대회가 치러진다면 문화부와 정통부간의 게임산업 주무부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번 건이 김명곤(문화부)-노준형(정통부) 두 신임 장관 부임 이후 두 부처간의 사실상 첫번째 헤게모니를 둘러싼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 장관은 정통부 요직을 섭렵한 정통관료 출신인 반면 김 장관은 문화예술계 출신이란 점에서 어떻게 결론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욱이 김 장관은 공식 출근 이후 닷새만에 주요 게임업계 사장단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게임산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준 바 있어 이번 KIPA의 게임대회에 대한 반응과 대응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문화부와 정통부가 과거에 상호 정책 협력을 위한 MOU까지 맺는 등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기도 했지만, 컨버젼스(융합)의 영향으로 두 부처간의 교집합이 늘면서 앞으로도 게임분야에서 상당기간 헤게모니싸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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