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변종 개구리 핑이 주는 교훈

Photo Image

 자신의 안식처인 작은 연못의 물이 점점 말라가는 것을 알고 누구도 넘을 수 없다는 ‘철썩강’을 넘으면, 꽃과 생명체가 넘치는 환희의 새로운 연못에 도착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지금의 연못을 떠나려는 개구리 ‘핑’. 독수리를 멘토로 두고 혹독한 체력 훈련과 강한 물살을 역류해 헤엄치는 기술을 배우며 철썩강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점프력과 직보하는 기술까지 터득한 변종 개구리가 된 핑. 바로 ‘핑(PING)’(스튜어트 에리버리 골드 지음)이라는 소설책의 줄거리다.

중소 벤처기업을 창업해 기술개발과 시장창출을 힘겹게 해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말라가는 작은 연못은 국내의 협소한 시장과 레드오션에 놓인 산업군이고 환희의 연못은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블루오션 산업군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핑이 철썩강을 넘는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작은 연못 속의 모든 다른 생명체와 함께 말라 죽었음이 분명하듯이, 우리 중소 벤처기업도 경영·기술·가치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길만이 살 길임에 틀림없다.

핑은 잔잔한 연못에서 헤엄치는 능력 정도만 갖고 태어났지만 독수리라는 멘토가 있었기에 철썩강을 넘어 환희의 연못에 도전할 수 있었다. 독수리가 알려준 기술과 방법으로 훈련함으로써 어느 새 강한 물살을 역류하고 큰 바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변종 개구리가 될 수 있었다. 중소 벤처기업도 다를 바 없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혁신은 물론이고 상생의 시장환경, 금융지원, 신규시장 창출에 필요한 지원과 제도가 절실하다.

최근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국가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두는 것은 혁신형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철썩강을 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상생의 시장환경 조성, 신기술의 적절한 가치 평가와 이에 따르는 종합 금융지원체계,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법·제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산 등 수없는 해결과제가 존재한다. 상생의 시장환경 조성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구매보장형 연구개발지원 제도, 소프트웨어 적정 대가 산정 등은 꼭 정착돼야 할 시장 환경이다. 더불어 현재 무상 유지보수 기간이 2년으로 돼 있는데, 주요 선진국 기준으로 1년으로 낮추고,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요율도 15% 이상(예를 들어 오라클 SW는 24%, 국내 통신서비스 플랫폼SW 패키지는 2∼3%)으로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신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방법은 없으나, 전문가 인력 관리와 해외 컨설팅 회사의 신기술 산업 분석자료 공유 등은 고려해봄 직하다. 디지털 컨버전스에 따른 산업 간 융·복합화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 출현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혁신형 중소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는만큼, 시장을 먼저 개방하고 문제점은 뒤에 규제하는 방안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내가 통신망을 이용해 제3의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의 ‘개방형 서비스’ 번호를 받기 위해 2년 넘게 노력중인 사실만 보더라도 시장의 요구는 저 멀리 나가 있는데 법·제도는 낡은 잣대를 대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 금융 시스템, 대·중소기업 상생 실현이라는 멘토가 힘에 부친 혁신형 중소기업이 철썩강을 넘어 환희의 새로운 연못을 찾아 지속적으로 질주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 혁신형 기업도 멘토의 지원에 힘입어 스스로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며 큰 나무 높이만큼 점프할 수 있고, 센 강물을 거슬러 헤엄칠 수 있는 강한 변종 개구리 핑을 닮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한미숙 해리트 대표이사 mshan@herit.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