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디지털 시네마

 “필름은 죽었다.”

 불과 몇 년 전 한 영화감독이 말한 이 선언적 발언은 디지털 영화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의 상황임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디지털화를 시작으로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영화 제작이 미국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한국·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제작·배급·상영 등 전 과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네마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세계 최초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준 이후 100여년을 이어 온 필름 영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는 셈이다.

 기존 영화는 네거티브 필름을 이용해 만든 포지티브 35㎜ 필름 프린트를 현상소 작업을 거쳐 극장으로 배급, 이미지를 스크린에 영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아날로그 광화학적 처리과정은 매우 아름답고 강력한 흡입력을 갖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름이 훼손되고 특히 배급 과정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큰 단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최근 대형 복합상영관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시네마로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디지털 시네마 도입의 가장 큰 효과로는 배급 비용의 절감을 꼽을 수 있다. 각 극장에 영화를 일괄 전송할 수 있어 필름 제작 및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시네마 기법으로 최초 상영된 영화는 곽경태 감동의 ‘태풍’. CJ CGV는 지난해 12월 CGV용산 전관에서 35㎜ 필름으로 제작된 ‘태풍’을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해 관객들에게 뛰어난 색감과 화질, 음향을 선사했다. CJ CGV는 한 발 더 나아가 송일곤 감독의 신작 ‘마법사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필름 배송이 아닌 네트워크 전송방식을 채택해 곧 개봉한다. CJ CGV 등 복합상영관 업체뿐 아니라 KT 등 대형 통신업체도 디지털 시네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가 종래의 필름을 이용한 시스템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디지털 시네마 사업을 통해 국내 IT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 jy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