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4부:통·방 융합은 보편적서비스(1)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예상 구도 및 결합상품 예상 형태

(1)통·방 융합 개념부터 달라져야

통신·방송의 융합은 우리가 예측하는 수준 이상으로 큰 변화를 예고한다. 주요 변화로는 시장 및 사업자의 구분, 새 복합상품의 등장, 새 이용제도와 이에 따른 이용자 권익 및 보호 체계 등이 꼽힌다. 게다가 이원화된 두 영역이 존재하게 될 과도기에는 제3의 영역이 공존하는 등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제4부에서는 통·방 융합 시대에 융합서비스의 대표 사례인 IPTV의 해법을 포함하여 기존 산업에 대한 정의와 필수 요건 및 제도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방향을 가늠해 본다. 우선 그 첫번째 주제로 통·방 융합 시대에 예상되는 3가지 변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이슈1,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 달라진다=과거 저소득층 최저생계비 논쟁이 벌어질 때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항목 중 하나가 휴대폰 사용에 대한 논란이었다. 몇년 전 시민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최저생계비 내용을 공개하면서, 월 몇만원의 이동통신 전화료 사용이 포함된 데 대해 네티즌 간 ‘소득 수준에 맞는 지출 여부의 타당성’을 두고 벌어진 공방. 그러나 다수 네티즌은 휴대폰이 더는 특정 층의 전유물이 아닌 이 시대의 보편 서비스의 하나로 저소득층 역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을 보여줘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보편적 서비스는 엄밀히 말해 법률적인 용어지만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구성원이 어떠한 물리적인 조건(지역이나 소득차 등)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개념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선 저소득층의 이동전화 사용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국내 이동전화 보급률이나 보급화 정도를 고려할 때 충분히 나올 법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초고속인터넷은 더 구체적으로 보편적 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온 서비스다. 법적으로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가 지정되고, 그에 따른 사업자 간 분담이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익성 보장을 요구받고 있는 KT가 대신 책임을 지는 형태의 대안이 마련됐다. 3자의 공조로 우리나라는 ‘내년 말까지 초고속인터넷 홈패스율 100% 구현’이라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야말로 ‘내용적으로는’ 보편 서비스 영역임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정보 격차를 극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정책은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과 몇년 새 전통적인 통신의 영역에서 보편 서비스 개념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어, 이후 융합 시대에서 보편적 서비스 개념의 변화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방송이 그간 개별 영역이던 통신과 결합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다면 통신만큼이나 공익성을 주요 항목으로 보고 있는 방송 역시 보편 서비스 범위를 새롭게 정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그때는 통신과 방송이 따로따로가 아닌 ‘통·방 융합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의 보편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슈 2, 시내전화망만이 필수설비일까=그간 통신 영역에서 필수설비는 가입자 선로 위주의 접근이었다. 즉, 전국 시내 망을 확보하고 있는 KT 독점력이 문제로 부각됐으며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로 시내망의 분리와 독립을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2003년 12월 ‘의무설비제공제도’를 도입, 타 사업자의 요청시 KT는 전주, 관로, 광케이블 등 특정 설비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가입자 선로는 전화선 외에 케이블, 위성, 무선랜 등 다양한 대체수단이 발달하면서 필수설비로서 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KT의 시내망 독점력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낮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동선과 광케이블을 이용하는 xDSL 가입자가 55% 수준으로 내려섰으며 HFC망을 이용하는 케이블모뎀 가입자가 33%, 아파트 랜 가입자가 12%를 점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은 사업자들의 주력 네트워크를 HFC망과 FTTH망으로 본격 옮겨가는 내년에 접어들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이르면 KT가 보유한 시내 망으로 국한해 인식되던 필수설비에 대한 정의가 다시 정리돼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은 MVNO의 도입, 또 케이블망에서 동시 제공되는 인터넷과 방송 서비스가 통신까지 포함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로 확대되면, 필수설비에 대한 개념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네트워크 전체가 IP화(AII IP)되고, 유무선망은 물론이고 통신, 인터넷, 방송망 등 존재하는 네트워크 전체가 연동하는 광대역네트워크(BcN) 시대에서는 네트워크 기술별 규제 의미가 무의미해진다. 오히려 기술적 특성이나 종류에서는 동일한 규제환경을 제공해 네트워크를 ‘기술 중립적’으로 만들어, 누구든 대등한 상호접속 관계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융합시대에서는 필수설비에 대한 개념이 확대, 혹은 가치 중립적으로 변하게 되며, 오히려 상호접속 제도 정비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금까지 설비기반 위주의 경쟁 정책이 서비스 기반으로 바뀌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슈 3, 지배사업자 기준·합리적인 요금정책은 어떻게=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컨소시엄인 KCT가 최근 인터넷전화(VoIP) 사업권을 (조건부) 허가받음으로써 TPS가 현실로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서비스 현실화가 예상되면서 KCT가 제공하게 될 TPS 요금 수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두 서비스가 최저 1만2000∼1만5000원 전후로 제공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TPS 역시 ‘파격적인’ 요금 전략이 예상된다.

그러나 KCT의 TPS 요금은 SO의 기간통신사업자 전환과 맞물리면서 여러 정책적 판단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즉, 그간 SO는 초고속사업자로서 기간통신 편입을 유예받으면서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받아온 정부 규제로부터 일정 정도 자유로웠다. 한 예가 회계 분리 의무다. 회계 분리는 요금이나 상호접속료에 직결되는 원가산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기간통신사업자 중 지배적 사업자만이 인가제도를 통해 요금을 엄격히 통제받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SO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회계 분리를 전제로 한, 그리고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결합상품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KCT의 TPS 요금은 의외로 ‘규제’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예는 KT의 IPTV 서비스료다. KCT의 TPS가 케이블망을 이용한 3개 서비스 동시 제공이라면, IPTV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방송+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융합서비스. IPTV 허가를 가정할 때 KT는 어느 정도 수준의 이용료를 책정할지도 관심거리다. 종전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인 KT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새로운 융합서비스에서조차 KT를 지배적 사업자로 볼 것인지, KT의 요금 구성인 원가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KCT의 TPS나 KT의 IPTV는 그나마 동일 망에서 제공되는 경우다. 서로 다른 망에서 제공되는 결합상품에 대한 요금은 더욱 복잡하다. 일반 요금이나 결합상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KT나 SK텔레콤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시장에서도 여전히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야할 것인지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결국 융합시대의 요금정책은 복잡한 망 연동의 대가산정, 더 근원적으로 시장의 구분과 지배사업자에 대한 종전의 기준을 허물어뜨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