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관운

 운이 크게 작용한다면 이는 불완전한 사회다. 운은 결코 정치·경제·사회생활의 잣대가 될 수 없다. 노력과 실력이 바탕이 되면서 운은 약간의 변수로 작용해야 한다. 그것이 완전으로 향하는 사회이고, 운의 묘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특히 고위 공무원 조직에서의 운은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만큼의 무게다. 논리대로라면 공직자 사회는 ‘불완전’하다.

 정권 또는 장관이 바뀌거나 인사철만 되면 꿈자리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오늘의 운세’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고위직 공무원들의 처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사권자의 깊은 의중을 읽어내야 한다. 작게는 부내 어떤 업무를 담당할지에서, 밖으로는 어디로 파견 나갈지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마저 묻어 나온다.

 어느 한 고위직 공무원의 우스갯소리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얼마 안 있어 상공부로 적을 옮겼다. 이어 건교부를 돌아 다시 상공부로 왔다. 곧 외교부로 파견 나가 다시 산자부 찍고 국무조정실·당·청와대 등 국내파견에다 해외파견, 부내 업무변경까지 한자리에서 2년 정도면 장기 근무다.

 공무원 보직이 마치 ‘블루스 스텝’과 같다. 찍기는 왜 그리 찍는지, 손가락으로 꼽어가며 세어야 할 정도다. 한 예를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이렇게 떠돌다 안착한 사람이 운 좋아 장·차관이 되면 프로필은 대개 ‘각 분야를 두루 거친’으로 시작한다. 이 말은 반대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옮겨 다닌’의 뜻도 들어 있다. 어찌됐든 안착해 ‘관’을 쓰면 그 사람은 하늘이 내린 ‘관운’이다.

 공무원은 이미 채용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문제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한 분야에 어느 정도 집중했느냐다. 행정의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전문화돼 가는 세태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도 필요하다. 여러 곳을 돌다 보면 행정의 전문가는 될 수 있지만 산업 분야 전문가는 될 수 없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고위공무원단’은 조직의 철옹성인 연공서열을 허무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보다는 능력과 노력을 인사에 더 크게 반영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잣대로 세울 것인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저울에 달아 자리마다 무게를 달리해야 마땅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운보다는 실력과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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