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다폰 `구조개편` 승부수

‘CEO 아룬사린, 승부수를 던지다.’

글로벌 이통사업에서 부진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세계 이통업계의 제왕 보다폰이 조직개편이라는 승부수로 위기극복에 나섰다. 아룬 사린 보다폰 회장은 경영효율화를 통한 이익극대화를 위해 조직을 3개 사업부로 나누는 혁신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지난 주말 공식발표했다.

<>경영부진따른 고심의 일착=이번 조직개편은 내달 1일부터 △5개 대륙 30여 국가에 걸친 글로벌 이통사업을 유럽과 비유럽의 두개 지역 사업부로 분리하고 △컨버전스, IP서비스 등 신규사업 담당 ‘신규사업 혁신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사실상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아룬 사린 회장이 경영회생을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다.

 아룬 사린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새사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 가격절감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이어갈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해가 지지 않는 통신제국 보다폰은 최근 몇년간 무리한 글로벌 사업추진의 부작용에 시달려 왔다. 지난달엔 경영위기의 보다폰재팬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지난 2000년 독일 만네스만그룹의 이통사업부를 비싸게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보다폰의 올 회계연도 최대 성장률은 9%에서 6.5%로 낮춰야 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금보다 10% 감소될 전망이다. 주가폭락에 분노한 주주들은 합자회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주식 45%도 처분하고 미국시장에서 철수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직개편이 몇달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룬 사린의 퇴진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변신의 신호탄=이번 조직개편의 최대 관심사는 보다폰이 글로벌 이통제왕의 자존심을 꺾고 컨버전스, 인터넷전화(VoIP) 등 신규사업 전담 조직을 설립한 것이다. 방통융합과 무선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보다폰도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수익모델 창출에 발벗고 나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다폰이 이통서비스에 올인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프랑스텔레콤, 오렌지처럼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브리티시텔레콤(BT)의 유선사업부문을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토마스 가이트너 현 CTO가 이 사업부를 맡는다.

<>유럽은 가격경쟁, 비유럽은 성장제일=신설되는 ‘유럽사업부’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보다폰의 주력시장인 서유럽 국가들을 담당하게 된다. 이 지역은 휴대폰 보급률이 90%를 넘고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이통업체의 성패는 가격경쟁력에 달려있다. 회사측은 지난달 보다폰 일본 법인에서 복귀한 빌 모로우 사장에게 유럽사업부를 맡기기로 했다. 보다폰은 빌 모로우가 일본이통시장에서 경험을 살려 유럽사업부의 비용절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시장은 ‘중부유럽, 중동, 아태지역 사업부’가 맡아 성장위주의 공격적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총괄하는 지역 사업부를 신설하고 현지 문화에 보다 밀착된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포석이다. 보다폰은 그동안 개도국 시장개척에 공을 세운 폴 도노반을 ‘중부유럽, 중동, 아태지역 사업부’의 신임 CEO로 임명하고 신흥시장의 잠재수요를 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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