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성패는 ‘인(人) 테크’에 달려 있다.
전자태그(RFID) 업계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세연테크놀러지의 손영전 사장은 최근 들어 ‘사람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손 사장은 지난 1998년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RFID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해 2001년도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품을 개발한, 관련 분야 개척자로 꼽힌다.
개척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세연테크놀러지도 회사를 차린 지 얼마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직원 9명으로 출발한 지 1년 만에 신입사원 한 명만 남고 모두 회사를 나가버렸던 것이다.
손 사장은 “앞이 캄캄했지요. 언젠가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1년 동안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직원을 붙잡을 명분이 없었습니다”고 털어놨다.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2002년 12월 모 반도체업체의 첫 프로젝트를 수주, 이듬해 1월 직원이 4명으로 다시 불어나기 시작해 올해는 50명에 육박한다.
“빵이 없는 현실은 장밋빛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제 규모를 갖추고 보니까 직원에게 어떤 부분이 필요했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막 수습딱지를 뗀 새내기 직원만 데리고 사무실을 지키던 당시를 ‘비싼 수업료를 낸 소중한 시기’라고 술회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 사장은 이달 들어 ‘차세대 유비쿼터스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수업료’를 내고 있다. 세연테크놀러지는 차세대 선도기술을 연구하게 될 연구소를 세우기에 앞서 지난해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연구인력 3명을 영입했다.
“러시아 연구원은 문화적 차이가 심해 기존 직원과 한동안 말조차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동일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화가 없다 보니 프로젝트 자체가 거의 무산 단계까지 가더군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짐싸서 돌아가라”고 호통을 치는 등 ‘극약 처방’을 한 이후부터 뻣뻣하던 러시아 연구원의 태도가 약간 누그러졌다. 또, 매주 1회씩 러시아 통역원을 초빙해 직원들간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회사 행사 때마다 러시아 직원 가족도 함께 초대해 어울리도록 했더니 어느 정도 마음의 벽은 허물어진 상태다.
그러나 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손 사장은 “힘들고 어려워도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든 해보자는 기존 직원과 달리 이들은 불확실한 결과에는 처음부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이 문제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인테크’ 묘안을 내놓을지 손 사장의 다음 카드가 자못 기대된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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