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상암 CGV에서는 영화 ‘마법사들’의 시사회가 열렸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디지털3인3색’의 하나로 상영됐던 30분짜리 중편을 장편으로 다시 찍은 작품이다. 송일곤 감독은 이 영화에서 96분 전체를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촬영하는 독특한 실험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아 신선하다는 반응과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관객들이 모르는 새로운 실험이 하나 더 시도됐다.
바로 국내 최초의 완전 디지털시네마라는 실험이다. 영화 마법사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 등 후반작업을 거쳐 디지털 파일로 완성됐다. 이를 경기도 분당의 CGV 중앙네트워크 센터에서 네 곳의 CGV 인디영화관(강변·상암·인천·서면)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상영했다. 촬영부터 배급, 전송, 상영까지 모든 과정이 디지털로 이뤄졌다.
필름 없이 디지털 영상을 네트워크로 전송해 상영하는 것은 장편 영화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바로 옆 상영관에서는 국내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운 ‘왕의남자’가 디지털로 재개봉되고 있었다. 필름 영화보다 훨씬 선명한 색감에 관객들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다.
◇기술 진화방향=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대체되고, 테이프가 CD와 MP3 파일로 대체되듯이 필름영화를 디지털영화가 대체할 것은 이제 대세라는 평가다. 영화기술은 아날로그 필름 기반 시스템에서 기술적 진보를 거듭해, 디지털 기술 및 네트워크 기술과 접목되는 디지털시네마로 이행중이다.
디지털시네마란 영화를 디지털 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디지털 파일 형태로 영화관에 배급하고,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영화의 배급 과정도 예전엔 디지털 파일을 고정 저장장치로 옮겨 배달하는 것을 이용했으나, 최근엔 인공위성이나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고 있다.
◇디지털시네마의 장점=현재 대부분의 영화는 CG작업을 위해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된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한다. 이렇게 편집된 디지털 파일은 다시 필름으로 변환해 배급한다. 영화 필름에 오디오 더빙 작업 등을 거쳐 필름으로 만드는 프린트 작업에는 한 벌당 약 2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여기에 운송비 등이 추가돼 영화 한편을 영화관에서 개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디지털로 제작해, 네트워크 망을 통해 영화를 전송하면 시간과 소모성 경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마법사들의 제작비는 총 1억5000만원. 제작비 절감에는 필름비용과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는 네트워크 배급과 상영이 한 몫 했다. 이 같은 방식은 미래형 배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CGV 임현호 팀장은 “필름 프린트 비용 없이 디지털 네트워크 망으로 전송, 개봉하는 영화 마법사들의 사례는 저 예산 영화의 효율적인 개봉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를 디지털로 상영하면 필름보다 2배 이상 선명한 색감과 화질, 생생한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도 ‘왕의 남자’, ‘음란서생’이 서울·경기지역 6개 영화관에서 디지털로 상영되고 있다.
◇표준화 및 시장선점 서둘러야=현재는 세계 디지털시네마 시장이 막 개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조기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해외 시장 개척에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도 표준화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IT기술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시네마 기술과 접목해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영화산업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디지털시네마 서비스 시스템 구축 및 이를 통한 영상산업 활성화에 유리한 여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중·일 3국 중심의 시장 연대시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3개국 서버 관련 사항 연구 및 공동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3개국 서버시장을 공동운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세계 각국의 디지털시네마 추진현황
◇미국=지난 2002년 디즈니, 20세기 폭스, MGM, 파라마운트,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의 할리우드 7개 메이저 영화사는 디지털시네마를 위한 공동 투자 협력기구 DCI(Digital Cinema Initiative)를 결성했다. 연간 영화 배급비용으로만 10억달러를 사용하고 있는 영화사들은 이를 줄이기 위해 고심해왔다. DCI 결성은 이러한 막대한 배급비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극장 측 역시 디지털시네마 상영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전미극장주협회(NATO)는 모든 극장주와 스튜디오들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스튜디오의 펀딩에 의해 지원되는 포괄 재정계획의 추진을 DCI에 요구했다. DCI는 이미 2004년 7월에 표준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표준화기구(ISO) 의장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내놓은 안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럽=EDCF(Europe Digital Cinema Forum)를 설립하여 독자적인 기술적 모델을 개발 중이다. 특히 영국은 영국영화협회(BFI)가 무역산업부의 지원으로 디지털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고 있다. 테스트 베드에서는 목표과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기술에 대한 데모와 실험 △기술표준 도출 △비교실험 △관객대상 실험결과 도출 등을 행한다.
상영관의 디지털 전환도 적극적이다. 영국영화위원회(UK Film Council)은 이미 극장 리모델링에 2000만달러를 투자, 전국 150개관 250 스크린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일본=DCC(Digital Cinema Consortium)와 DCAJ(Digital Contents Association of Japan)라는 두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DCC는 대학교수와 연구원으로 구성된 단체로 정부의 지원 아래 기술홍보와 표준화 작업을 진행한다. DCAJ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재단법인으로 주로 해외 기술홍보와 교류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에도 2004년 말 기준으로 25개의 디지털시네마 상영관이 설립됐다.
◇중국=중국은 디지털시네마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디지털시네마 기술연구 및 표준화 사업은 전영과학기술연구소(CRIFST)에서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시네마 상영관에 정부가 약 300억원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미 2003년에만 50개가 설치돼 미국 다음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2004년 말에는 166개로 늘어났으며 수년 내 1000개에 도달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5년 안에 대도시 500개, 지방 2000개 등 총 2500개의 디지털시네마 상영관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100편의 고전영화를 디지털로 전환해 지난해와 올해 각 50편씩을 배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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