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해명이란 풀 해(解), 밝을 명(明) 즉 풀어서 밝힌다는 뜻이다. 무엇인가 꼬여 있거나 감추어진 까닭이나 내용 따위를 밝힌다는 얘기인데, 최근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황제 테니스 의혹’을 ‘해명’해야 했다.
떳떳하다면 감출 필요가 없을 것이기에 앞으로 나서서 해명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다. 특히 더 많은 이의 뜻을 받드는 세상(민주)에서 해명은 정말 요긴한 단어다. 그런데 때로는 이상한 해명도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 24일, 본지 1면에 ‘(정부) 출연연 대부분이 해킹에 무방비 상태’라는 보도가 나가자 과학기술부가 민첩하게 대응, 이날 오전 ‘해명자료’를 냈다. 이게 이상하다. 풀어서 밝힌 것으로 보기 힘들다. 우선 해명자료의 서술어들이 상식 밖이다.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습니다’ ‘마련할 계획입니다’ 등 해명이라기보다는 거의 ‘보고’에 가깝다. 해명을 할라치면 ‘전자신문 보도 내용 중에서 이런저런 내용이 틀려서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풀어내는 게 맞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
나랏일을 아무에게나 맡기나. 나랏일 맡으려면 열심히 공부해 치열한 경쟁(행정고시·공무원시험)을 뚫어야 한다. 해명과 보고의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토록 이해할 수 없는 해명자료들이 나오는 것일까.
과기부는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언론보도에 관한 해명자료 35건을 냈다. 3일에 한 번 이상 해명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명할 게 많은가. 아니면 정말 해명과 보고를 혼동하기라도 하는 건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사실은 이렇다. 해명을 ‘요식’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서다. 해명자료를 ‘책임회피’ 근거로 삼는 것. 어느 공무원은 “해명자료를 내지 않으면 위(상관)로부터는 물론이고 국정홍보처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이 내려온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해명할 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감췄던 게 많다는 방증 아닐까. 꼭 해명해야 할 상황이라면 듣는 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