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제는 경험품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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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우리의 일상은 디지털방송·인터넷·디지털도서관 등의 방송·통신 융합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더욱이 이와 함께 제공되는 방대한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PMP·DMB-PDA·DMB폰 등의 다양한 단말기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현대인들이 TV 시청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갖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의 멀티미디어 신호 전송의 가장 큰 관심은 서비스품질(QoS:Quality of Service)의 보장에 있었다. QoS란 객관적이고 쉽게 측정되며, 시스템을 정의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뜻하며 사용자들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비디오 압축 및 전송은 주어진 대역폭 안에서 사용자에게 끊김이 없고 자연스런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 자그마한 이동형 단말기의 보급이 증대되고 그러한 단말기를 이용한 비디오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작은 크기의 LCD 스크린에 보여지는 영상은 화질의 우수성을 논하기 이전에 제한된 화면 크기로 인해 사용자들이 비디오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예로 들면, 촬영된 샷의 형태에 따라 화면 내에 존재하는 물체(축구공 및 선수들)의 크기가 여러 종류로 나타난다. 특히 롱 샷으로 촬영된 영상은 물체의 크기가 매우 작아 화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주로 PSNR(Peak Signal-to-Noise Ratio)로 측정되는 화질의 문제, 나아가 QoS의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쾌적한 시청 경험을 보장할 것인가’라고 하는 새로운 이슈를 던져 주고 있다.

 이는 최근 최적화된 QoS라는 기존 개념이 더욱 확장된, 경험품질(QoE:Quality of Experience)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측정이 가능한 QoS와는 달리 주관적이고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QoE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지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단말에 따른 상황인지 기반의 내재 컴퓨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히 콘텐츠의 생성 및 소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 및 소비 환경에 따라 미디어가 전달 환경과 소비 환경을 인지하고 미디어 소비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지능을 가져야 한다.

 이를 디스플레이의 관점에서 보면 주어진 영상에서 관심영역을 찾아 그 부분만 확대해 보여줄 수 있는 지능형 또는 상황인지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다양한 이종 단말 간의 자유로운 전송의 관점에서는 상황인지형 콘텐츠 적응 변환 기술을 들 수 있다.

 지난 설 명절에는 KTX에서 열차 객실 내에 많은 입석 승객의 탑승을 허용하는 바람에 미리 좌석권을 구입해 즐거운 귀향길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불만을 샀던 일이 있다. 이는 서울을 떠나 3시간 안에 부산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즉,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QoS만을 염두에 뒀기에 일어났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3시간 동안 승객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QoE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나온 시대착오적인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이제는 비디오 전송 등의 기술 분야만이 아니라 교육·운송·판매 등 사회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고객의 감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경험품질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날로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과 그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려면 고객에게 즐거운 경험, 나아가서는 감동을 함께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기술 개발자와 서비스 제공자에게 무엇보다도 우선 고려돼야 할 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창익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교수 ckim@i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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