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박장으로 변질하는 PC방

권상희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지만 태고 시절부터 존재해왔으며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바로 도박과 매춘, 마약이다.

 이 셋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뿐 아니라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가져다준다. 정도가 지나치면 마침내는 인간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합법과 불법의 애매한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맹점을 악용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다양한 편법이 등장한다.

 최근 일부 PC방이 사실상 성인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성인 오락실이 사행성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아 단속 철퇴를 맞자 이번에는 PC방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PC방이 제공하는 게임은 바카라 등 정부가 승인한 카지노에서만 할 수 있는 도박성이 높은 카드게임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문제가 있는 사행성 게임이 어떻게 PC방에서 버젓이 서비스될 수 있는 것일까. PC방 업주는 돈이 오고 가지 않으면 이러한 카드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을 노렸다.

 게임 결과로 포인트를 획득하지만 점포 밖 환전소에서 이 포인트를 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성인 오락실에 게임 결과로 얻은 상품권을 환전할 수 없도록 규정하자 외부에 환전소를 설치하고 환전해주는 편법과 유사한 방법이다.

 이 같은 PC방이 전국적으로 200여개가량 영업하고 있으며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C방이 관계기관에 등록이나 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자유업이다 보니 확산기세는 더욱 강해지리라 본다.

 최근 PC방 업주들은 정부가 PC방을 완전 금연지역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대대적으로 항의시위를 하는 등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PC방 업주들의 ‘발등의 불’은 이처럼 사행행위를 일삼고 있는 내부의 적이다. 이들 일부 PC방으로 인해 나머지 건전한 PC방이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썩어가고 있는 암조직을 스스로 도려내지 않으면 업계가 공멸하게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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