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1961년 제정한 이후 46회를 맞는 ‘기상의 날’이다. WMO는 전세계 185개 회원국들이 가입해 기상예보 자료를 공유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 기후변화, 오존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6년 69번째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기상청의 국가기상센터를 찾아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날씨 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봤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내에 위치한 기상청. 인적이 뜸한 한밤중에도 기상청 2층에는 불이 환히 밝혀 있다. 한반도의 대기와 바다, 지진 등 기상상황을 24시간 감시하는 국가기상센터가 있기 때문. 국가기상센터의 예보현업실에는 40명의 기상청 직원들이 하루 4교대로 근무하며 인공위성, 레이더, 지상관측장비로부터 수집되는 기상정보를 감시한다.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한반도 뿐 아니라 인접국가와 전세계의 기상정보가 필요하다. 기상청 3층 정보통신센터의 종합기상정보시스템(NCOMIS)은 WMO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의 기상 정보를 수집해 2층 국가기상센터와 서초동 IDC의 슈퍼컴퓨터에 전송한다.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기상청 슈퍼컴2호기는 NCOMIS로부터 받은 방대한 기상 데이타를 1초에 18.5조회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산해 1Gbps급 전용회선 4개로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되돌려보낸다.
새벽 12시 30분. 슈퍼컴퓨터가 생산한 기상정보(수치일기도)가 기상청 2층 수치예보과에 전송된다. 수치예보과에서는 이를 기온, 강수량, 습도 등 12개의 요소에 따라 다양한 수치정보로 가공해 낸다.
아침 7시 50분이 되자 2층 국가기상센터 예보실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예보관들이 예보실에 모여 그날의 날씨를 점검하는 첫 회의를 열기 때문. 하루 4차례 예보관들은 밤사이 슈퍼컴퓨터가 보내온 수치일기도를 멀티스크린에 띄워 예보를 토론한다. 회의가 끝나면 예보관들은 인터넷 디지털예보시스템의 그래픽편집모듈을 이용해 전국을 5km×5km 구역으로 나눠 3시간 간격으로 하루 8차례 3만7697개 각 지역의 예보를 생산한다.
워드프로세서로 예보문을 작성해 언론사와 각 관청에 유무선으로 전송하던 방식을 벗어나 세부 지역별로 웹기반 예보를 생산하게 된 것은 디지털예보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광경이다.
디지털예보시스템은 상세하고 정량적인 기상예보를 생산하기 위해 읍·면·동 단위까지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그래픽과 문자, 음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보를 생산하는 인터넷 기반의 예보시스템. 예를 들면 기존 예보 방식은 ‘오늘 오후 경북 북부 동해안에 곳에 따라 한두 차례 소나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디지털예보에서는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에 오후 1시부터 3시까지와 6시부터 8시까지 사이에 비가 5mm∼10mm 오겠다’라는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된다. 디지털예보 데이타는 PC 뿐 아니라 DMB폰, PDA 등 첨단통신매체를 통해 일반 국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기상예보뿐만 아니라 수자원, 교통, 레저, 에너지, 농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접목이 가능하다. 바야흐로 첨단 IT와 기상기술이 만나면서 새로운 산업의 싹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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