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IT 산업 인력이 문제다

Photo Image

 요즘 IT벤처 사장들의 주요 관심사는 인력 문제다. IT인력 품귀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양상은 최근 몇달 사이에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해결방법을 찾기보다는 체념과 한탄을 하기에 이른 것 같다.

 특히 계약 직원이나 프리랜서 인력 수급이 인터넷 시장에서 이루어지면서 본인 능력이나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인터넷에 공개되는 경력에 따른 희망 급여를 자신의 계약 단가 기준으로 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워낙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능력 검증 없이 희망급여대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 반복돼 자질과 관계없이 급여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예산에 맞는 적정 인력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IT인력 시장의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에는 대기업의 공헌(?)도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이 중소 시스템통합(SI) 기업에 하청을 주는 단가로 일반 프리랜서를 대규모 채용하는 일이 많아 프리랜서 단가는 높아지고, 중소 SI기업에 돌아올 인력은 없어지는 문제도 생기게 됐다. 모 통신사 프로젝트에 자바 개발자 1000명이 들어갔고, 모 공공 프로젝트에 몇백 명이 들어가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며 그 프로젝트만 끝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해소 시점을 점쳐보지만 인력의 품귀현상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사실 연속적인 대형 프로젝트 발주만을 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공공 분야나 기업의 IT수요가 그만큼 폭넓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일정 주기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 그 주기가 도래하면 인력 수요가 일시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IT발전에 맞추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자체 비즈니스에 IT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어 IT인력 품귀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 정책 차원에서 산업 전반의 IT수요를 예측, 이를 토대로 인력수급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이나 전문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인력양성을 유도하고 대학과 기업이 협력체계 구축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정부가 IT기업과 대학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아울러 기업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 교육의 혁신이 뒤따라야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

 IT기업도 필요한 인력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이를 공급자에 널리 알려야 한다. 대학이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IT기업이 적극 주문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인력 수급의 양적·질적 불일치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은 국내시장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이제는 해외시장 진출이 IT기업의 절실한 사명이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도 IT인력 수급체계의 총체적 점검과 대책 수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인력 양성 및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기업이나 전문 교육기관이 발벗고 나서도록 정부는 보조금 지급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을 동원해야 한다.

 대졸 청년들이 취업이 어려워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놀고 있는 사람은 많은데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이런 기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는가. 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분야별 수급 불균형이 초래한 현상이다.

 학생들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생각을 버리고, 미래의 한국을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 대기업도 경력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IT분야뿐만 아니라 이공계 분야의 신입사원을 적극 채용, 교육해 쓸만한 인재로 만드는 이해와 아량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키워놓은 인재를 대기업이 빼가는 얌체 같은 현상도 줄어들 것이고, 후일 이들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 많은 곳에서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정 이포넷 대표이사 sjlee@e4net.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