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메인 등록비 너무 비싸다

 8·31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와중에 사이버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가도메인 등록 요금마저 대폭 오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국가도메인 ‘.kr’의 등록비는 지난해 초보다 무려 30%나 인상된 2만8600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도메인 등록 사업자들은 서비스 차별화와 유지비 증가로 인한 것이며 인터넷진흥원에 수수료 1만5000여원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 수 있는 주요 도메인 등록 공인사업자의 등록비 인상으로 이용자 부담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 주도업체의 가격인상에 따라 군소 사업자도 덩달아 가격인상에 나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만큼 사이버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높다.

 사이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실물 부동산만큼은 아니겠지만 국가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사이버 대한민국 영토인 ‘.kr’ 도메인 기피 현상이 우려된다. 인터넷 주소는 반드시 국가 도메인만을 사용할 의무가 없어 한국사람이나 기업도 얼마든지 ‘.com’이나 ‘.net’ 등 국제 도메인이나 심지어 다른 나라의 국가 도메인을 쓸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 사람이나 기업이 ‘.kr’ 사용을 기피할 가능성도 커진다. ‘.kr’ 도메인 수는 이미 60만개 이상에 이르고 앞으로 유비쿼터스 추세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가격상승으로 인한 사용 기피는 국부유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도메인 이용 기피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과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주소는 제한된 자원이어서 그동안 세계 각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위상제고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오고 있다. 일부 국가가 벌이고 있는 석유 확보전이나 하이브리드 전지 개발 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유럽연합이 ‘.eu’ 주소를 새로 확보한 것이나 중국이 발빠른 새로운 도메인 체계 도입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메인 개방, 도메인 가격인하로 ‘.cn’ 등록 수를 아시아 1위, 전세계 6위로 올려놓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나라는 ‘.kr’ 등록 수가 63만여개로 2003년 이후 증가세가 주춤한데다 ‘.com’ ‘.net’ 등 국제 도메인 사용비율이 이보다 더 많을 정도로 사이버 영토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도메인 가격상승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진흥원은 지난 4년간이나 유보해온 지급수수료 인하 약속을 하루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현재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도메인당 6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데 비해 인터넷진흥원은 이보다 2배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주요 국가 도메인 등록 공인사업자가 시점은 다르지만 동일한 가격으로 인상한 것은 자기네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회피를 위해 암묵적인 담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간다. 또 콜센터 구축 등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한만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일방적으로 등록비에 포함시킨 것에 대한 타당성도 검토돼야 한다. 국가 도메인은 제한된 국가자원이자 보편적 서비스 대상인만큼 등록비를 기본으로 하되 부가적인 서비스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는 유비쿼터스에 대비한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국가 도메인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와 이를 통한 사이버 영토 확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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