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IT업계, "한국 따라잡을 수만 있다면..."

제휴·분사·이전 "못할게 없다"

`버릴 건 버리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일본 IT업계가 체질 개선과 수익 증대를 위해 제휴·분사·이전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올해는 투자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히노마루(일장기)’의 위력을 떨쳐 보겠다는 심사다.

 소니·삼성전자 간 S-LCD 설립에 이어 이번에는 산요전기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만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한다. 파이오니어·세이코엡손 등은 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키로 했다. 샤프는 대대적인 국내 거점 투자에 이어 유럽 거점의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 이밖에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NEC·미쓰비시전기 등 휴대폰 업체들도 핵심 3세대(G) 생산 거점을 해외에 건설하는 등 비용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LCD·반도체·휴대폰·평판TV 분야에서 잇따라 한국에 참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돈만 쏟아 붓는 방법으로는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전략적 사업 운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적과의 동침=소니는 지난해 평판TV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수조원을 투자해 LCD 합작사인 S-LCD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8세대 라인 증산을 거론하면서 제휴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통의 백색가전 명가인 산요전기는 지난 주 그룹 간판인 TV 제조 분야를 분사시켜 대만의 콴타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요는 콴타의 LCD패널을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하는 한편 이 회사의 세계적 부품 조달망을 이용해 원가를 줄이며 평판TV사업의 대반전을 노린다.

 ◇현지화 전략=일본 IT업계에 지난해 이후 불어닥친 자국 생산기지 확충 붐이 일었지만 높은 생산단가로 발목을 잡히자 현지화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히타치GST는 히타치GST의 HDD 전체 물량 가운데 50%를 지난달 말 설립·가동에 들어간 중국 선전 소재 히타치GST프로덕트를 통해 소화한다.

 휴대폰업계도 중국에 그동안 꺼려왔던 3세대(G) 제품 개발 및 생산기지를 이관하고 나섰다. LG전자가 저가 3G 휴대폰을 출시하며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어 이에 맞서는 전략 제품 생산이 급선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샤프 조차도 최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에 LCD TV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NEC는 다음달 인도정보시스템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시스템통합(SI)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전망=올해 들어 부쩍 두드러진 일본 IT업계의 체질개선 노력의 바탕에는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깔려 있다. 국내·외에서 투자를 늘리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는 방증이다. 물론 구조조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에 따라 달리 추진해 왔던 투자와 구조조정을 동시 추진할 만큼 세계시장에서 일 업계의 위상이 날로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총공세로 나선 일 업계로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하느냐가 수익 창출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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