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달리면 차범근이 웃는다?

다섯자리 식별번호 방식 국제전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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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자리 식별번호 방식의 국제전화 사업자 새롬리더스(00770)가 독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가대표 축구팀 코치 홍명보씨를 CF 모델로 전격 기용하고 내달 마케팅에 나선다. 차범근씨 부자를 내세운 SK텔링크(00700)와의 치열한 홍보·광고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정작 유명 축구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새롬리더스 측의 표정은 어둡다. 식별번호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가격경쟁이 치열한데다 별정사업자로서 기간통신사업자에 지급해야 하는 접속료가 만만치 않아 갈수록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홍명보’가 뛰면 오히려 ‘차범근’이 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새롬리더스의 고민은 모든 식별번호 서비스 사업자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시장 마이너스 성장=현재 식별번호 서비스 사업자는 10여개에 이른다. 별정사업자로서는 새롬과 SK텔링크 외에 삼성네트웍스(00755) 등이 있다. 여기에 세 자리 국제전화 사업자인 KT·데이콤·온세통신·하나로텔레콤과 이동통신사업자인 KTF·LG텔레콤 등도 00727·00300·00345 등의 식별번호로 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문제는 식별번호 사업자들이 광고가 집중될 때만 반짝 매출 증대 효과를 본다는 사실이다. 사업자가 너무 많아 이용자들이 번호를 오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뭇 사업자가 00770·00755를 제외하고는 도중하차한 이유로는 차범근씨 부자의 ‘00700 효과’가 꼽힌다. 다섯 자리 국제전화를 홍보할수록 번호가 차별화되기는커녕 00700 매출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홍명보씨를 내세우는 새롬리더스의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홍명보가 뛰면 차범근이 웃는다’는 것이다.

 새롬리더스·나래텔레콤 등 중소사업자는 연매출 60억원 수준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한때 20개까지 달했던 식별번호 서비스 분야는 두 사업사 외에 애니유저넷·삼성네트웍스·윈텔 등만 남았다.

 시장 자체도 축소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국제전화 시장은 통화량은 증가하지만 해외로밍서비스 확대, 인터넷전화 활성화로 올해 6181억원의 시장을 형성, 지난해 대비 5.4%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접속료 인하 안 되면 사업 철수’=위기를 겪는 식별번호 사업자들은 접속료 인하 등 제도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KT·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에 대한 상호접속료는 3년 전에 비해 50% 내려갔지만 기간대 접속료는 20%밖에 인하되지 않아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통부는 사업자 간 협정이어서 개입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식별번호 사업자들은 단독으로는 기간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일부 별정사업자는 제도개선 없이는 국제전화 식별번호 사업 철수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식별번호사업자 단체인 한국텔레포니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공정경쟁 차원에서 접속료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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