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좋은 성장]성장과 분배…이젠 `균형발전`이다

 올해 우리나라 산업의 깃발은 ‘질 좋은 성장’이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끝없는 항해를 해온 한국경제가 항로를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구현으로 변경했다. 물론 경제성장을 내팽겨치고 가는 항로는 아니다. 양적 성장 위주로 치달아 온 한국경제의 루트를 질적 성장에도 무게를 두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신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취임 일성에서 ‘질 좋은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경제가 지표상 양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과거 물량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성장과 분배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질 좋은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우리나라 산업은 건강한 편이며 우리가 내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외부 평가는 우리 경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성장 중심의 사고를 가져야 하지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폭 넓은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자부가 추구하는 ‘질 좋은 성장’은 산업정책의 총론이다. 총론을 뒷받침하는 각론의 구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 좋은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첫번째 정책은 먼저 중견기업 육성이다. 소수의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호리병형’ 산업구조를 허리가 튼실한 ‘항아리형’ 산업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두번째가 대·중소기업 상생이다. 지난해부터 산업계의 화두가 된 정책이었다. 동반성장의 핵심 키워드리고 할 수 있다.

세번째가 부품·소재의 국산화이다. 정 장관은 취임직후 “부품·소재산업의 대일무역역조를 해결하는 실마리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임기간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부품·소재산업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워낙 바위덩어리 같은 문제라 실마리라도 마련하면 무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다급한 문제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이 조사한 ‘국산화 및 기술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세계 1등 제품인 휴대폰과 디지털TV의 부품 국산화율이 전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휴대폰(CDMA 방식 보급형 모델)의 경우 2004년 57%에 불과하던 국산화율이 2005년에는 80%로 급증했다. LCD TV도 60%에서 81.2%로 21.2%포인트나 뛰었으며 PDP TV 역시 81.8%에서 85.2%로 올라갔다. 또 MP3플레이어는 83%에서 90%로 상승했다.

국내 주요 전자제품의 부품 국산화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향후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전자제품의 전망을 밝게 만든다. 제조나 디자인, 영업,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경쟁 요소가 세계 수준에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부품의 자립은 호랑이에 날개는 단 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경쟁국인 일본의 의존도가 아직도 높다. 핵심기술 개발에 보다 매진해야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전자부품연구원 최봉욱 박사는 “작년을 계기로 수출 효자 상품인 휴대폰과 디지털 TV의 부품 국산화가 크게 호전됐다”며 “부품 국산화율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전자제품의 국제 경쟁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이 ‘질 좋은 성장’이다. 성장 없는 분배가 있을 수 없다. 분배를 고려하지 않은 성장은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어느 쪽이든 편중현상을 보이면 ‘질 좋은 성장’은 없다. 속담처럼 ‘곳간에서 인심나는 법’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먼저 베풀고 중소기업은 기술로 화답하는 문화가 ‘질 좋은 성장’의 진짜 의미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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