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수기 토출구 분리지침을 놓고 환경부와 이온수기 업계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시장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이온수기 유통사들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는가 하면, 제조업체들도 재고물량 판매에만 나설 뿐 적극적인 마케팅은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0여개가 넘는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장밋빛’을 예고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는 지난해 7월 환경부가 식품의약안전청과 업무 혼선을 막고, 물의 안전성을 감안해 정수와 알칼리 이온수 배출구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린데 따른 것. 여기에 따르면 6개월 유예기간이 끝난 1월 16일 이후 제조, 수입된 제품 가운데 먹기에 적합한 산도(ph 5.8∼ph 8.5)의 물과 이 기준을 벗어난 알칼리 이온수 배출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은 제품은 판매시 고발조치 된다.
이온수기 제조사들은 한국알칼리이온수협회 차원에서 환경부에 질의서를 보낸데 이어, 소송도 준비하고 있으나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출구를 두 개로 할 경우 PCB·금형·설명서 제작에 또 다시 투자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사실상 수출길도 막혀 피해막급”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물의 유해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산도(ph) 외에도 많은데, 산도만 강조하는 환경부 지침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보유하고 있는 재고만 팔고 나면, 당분간 이온수기 사업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이온수기 3종을 단종시키고 현재 신제품을 개발중이다. 이전에 나온 제품은 버튼을 돌리거나 누르면 정수와 알칼리 이온수가 한 토출구에서 나오는 형태였으나 환경부 지침으로 판매가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금형을 바꿔 올 8월경 출시할 예정이다.
위니아만도는 김치냉장고 ‘딤채’를 잇는 야심작으로 ‘뉴온’ 브랜드의 이온수기를 키울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관련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등 당초 전략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
이외 동양매직도 ‘살루스 이온수기(ION100)’ 보유 물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차기 제품에 대한 계획은 아직 세워놓지 않고 있다.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정도다.
한편 이온수기는 필터를 통과해 여과된 물을 전기분해해 산성 이온수와 알칼리 이온수로 만드는 제품으로 일본에서는 가정용 정수기 시장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 1000억원(정수기 시장의 10%)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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