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라비티의 속내

이진호

 지난해 7월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로 넘어간 게임업체 그라비티가 속절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한국 게임시장에서 계속 사업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던 ‘라그나로크’ 이후 후속작 부재가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9월 도쿄게임쇼에서 야심차게 공개했던 ‘라그나로크2’나 3년 전 발표했던 ‘레퀴엠’ 얘기는 쑥 들어갔다. 그 흔한 서비스나 공개 일정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지스타를 통해 떠들썩하게 풀어놓았던 손노리와의 합작 게임포털 ‘스타이리아’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4차 비공개 테스트를 마친 뒤 1월 중순께 공개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던 것이 벌써 두 달째 감감 무소식이다.

 이는 그동안 소프트뱅크가 게임 이외의 다른 쪽에서 잰걸음을 놀렸던 것과 지극히 대조적이다. 소프트뱅크는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잡고 콘텐츠 사업을 전담할 회사를 만들기 위해 코스닥 상장 업체 경영권을 인수하는가 하면 온라인뉴스 매체에 1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런데 4000억원의 돈을 쏟아부은 그라비티는 왜 가만 두는 것일까.

 사실 그라비티 인수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했던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회사 가치 극대화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서로 대치점에 서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소프트뱅크 품으로 들어온 이상 한국 게임산업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그라비티를 운영할 필요도, 목적도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겅호로 가져가 서비스할 게임에 대한 욕심은 크다. 1000억원대가 넘는 온라인게임 펀드를 만들어 겅호를 통해 전세계에 퍼블리싱할 온라인게임을 물색하고 있다. 돈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겅호를 키울 먹잇감을 사냥중인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라비티는 한국에서 세워져 한국인이 먼저 키운 기업이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국 게임시장에서 가져야 할 그 역할과 임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 주인 소프트뱅크 역시 한국 게임시장에서 갖는 그라비티의 역할을 재점검해볼 때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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