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통합리그 첫해 "그해 가능성을 보았다"

사상 첫 통합 팀리그로 작년에 출범한 ‘2005 스카이 프로리그’가 지난 25일 그랜드파이널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출범한 통합리그는 그동안 많은 사건과 기록들을 남겼다.

첫 해 전·후기 통합 챔피언의 탄생, 전문가와 팬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팀의 선전, 그리고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팀의 부진 등 수 많은 화제를 몰고다녔다. 지난 2005 프로리그를 주요 테마별로 결산한다.

# 삼성 웃고…한빛 울고…

언제나 그렇듯 지난 시즌에도 많은 팀들이 울고 웃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팀이 돌풍을 모으는가하면 선두권을 기대했던 팀이 몰락하는 등 이변이 어느때보다 많았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던 팀들 간에도 명암이 엇갈렸다.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팀은 삼성전자 칸이다. 당초 잘해야 중위권팀으로 예상됐던 삼성은 후기리그에서 돌풍을 모으며 12승6패로 마감하며 당당히 종합순위 3위에 올랐다. 이후 GO와 KTF매직앤스를 꺾고 준우승을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새로운 강팀으로 급부상했다.

SK텔레콤 T1 역시 전·후기 우승을 싹쓸이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또 2004년까지 별 주목받지 못하던 이고시스POS도 박성준·박지호 ‘양박’에 염보성이라는 걸출한 신예를 바탕으로 강팀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SKY 프로리그 2004 그랜드파이널 우승에 빛나는 한빛소프트는 그야말로 절망의 한시즌을 보냈다. 당초 SKT·KTF와 함께 3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던 한빛은 후기리그에서 연전연패하며 3승18패로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한 해 건너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설상가상 팀의 기둥이던 강도경의 은퇴까지 이어져 당장 올 시즌을 어떻게 시작할 지 막막한 상태다. SKY 프로리그 2004 3라운드 4강에 올랐던 SOUL 역시 고작 27.8%의 승률로 후기리그를 마치며 씁쓸한 한 시즌을 마감했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번번이 쓴 잔을 마셨던 KTF매직엔스는 2005 시즌에도 역시 기대에 못미쳤다. 전기리그 호성적을 내며 결승에 진출한데다 23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했지만, 라이벌 SK텔레콤에게 완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후기리그에선 준플레이오프에서 무서운 상승세에 있던 삼성전자 칸에게 0대 4의 충격의 패배를 당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 2005시즌을 빛낸 스타들

2005 프로리그는 많은 신예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 중 GO의 변형태, SK텔레콤T1의 윤종민, 이고시스 POS의 염보성 등이 스타 대열에 합류하며 차기 시즌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변형태는 20승 14패로 후기 개인전적 1위로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전후기 통합으로 따져도 26승 18패로 3위에 랭크됐으며 특히 팀플에서 통합 61.3%, 후기는 61.5%의 승률을 보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윤종민은 후기리그 11승 2패로 84.6%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전·후기 합쳐 16승 5패로 승률 76.2%의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팀플전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최연소 스타리거’ 염보성도 어린 나이에도 대담한 플레이로 POS의 히든카드로 활약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후기리그부터 출전해 10승 6패라는 전적을 남기며 선전했다.

개인리그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관록의 스타들도 프로리그에서 맹활약, 눈길을 끌었다. KTF 강민의 경우 스타리그에선 자취를 감췄으나 프로리그에선 에이스 결정전 9연승이란 신화를 창조하며 KTF 22연승을 선도했다.

이윤열 역시 온게임넷·MBC게임 양대 스타리그에서 예선으로 밀려났지만, 프로리그에선 녹슬지않은 기량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반면에 과거에 영광을 뒤로한 채 아쉬움을 남기며 한해를 마감한 프로게이머들도 있다. 동시 다발적 국지전을 주특기로 하여 ‘경락마사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빛스타즈의 박경락선수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며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했으나 팀의 추락과 함께 2승8패로 2005년을 마감하며 안타까움을 남겼다.

GO의 ‘샤이닝 프로토스’ 이재훈도 과거 뚝심 있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채 2승 4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통합프로리그 ‘절반의 성공’

통합 프로리그 첫 해인 2006시즌은 다양한 이벤트와 흥미진진한 경기진행으로 성공적 대회운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여름 전기리그 결승전이 열린 부산 해운대에 ‘10만’이라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e스포츠 대중화시대를 열었으며, e스포츠협회가 공인한 경기로서의 입지를 마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통합리그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경기 수가 줄고 팀들의 집중력이 높아져 전반적으로 경기 수준이 향상돼 팬들을 매료시켰다는 평가다. 승패를 결정하는 최종 5차전, 즉 ‘에이스 결정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또 다른 관심거리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 수비 위주의 너무 단조로워진 경기 방식에 지루함을 느끼는 팬들이 늘어나는 등 적지않은 과제도 남겼다. 특히 상위 4개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 나머지팀은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전제하며 “새롭게 출범한 통합 리그가 예상보다 빨리 제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오프라인 스포츠 못지않은 프로 스포츠 리그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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