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플랫폼)로 상품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극장 스크린을 통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 영화는 DVD와 비디오·케이블TV·지상파방송 등에 차례로 제공된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영화·모바일·DMB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영화에서 출발해 DVD·인터넷 등으로 이어지는 매 단계를 윈도라고 부르며 영화 저작권자는 하나의 윈도에서 다음 윈도로 넘어가는 시간을 조정한다. 이른바 ‘홀드백(hold back)’이다.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수익성이 높고 중요한 윈도를 맨 앞에 두게 마련이다.
미국와 유럽의 영화계에서는 최근 들어 영화를 극장·DVD·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에 개봉하는 ‘멀티 플랫폼 릴리스’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윈도 개념이나 홀드백이 완전히 사라지는 혁명적인 배급 방식이다. 지난 1월 말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새 영화 ‘거품’이 멀티 플랫폼 릴리스 형식으로 배급돼 화제가 됐다. ‘거품’은 극장 개봉과 같은 날 유료 케이블TV에서 서비스됐고 나흘 뒤에 DVD 출시가 이뤄졌다. 영국은 한 걸음 더 나간다. 제56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오는 9일 TV·극장·DVD·인터넷 등을 통해 동시에 선보이게 될 것이란 소식이다. 전통적인 윈도에서 최하위에 속해 있는 지상파TV와 최상위인 극장의 서열이 완전히 무너지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사례에는 못 미치지만 홀드백 파괴가 시도되고 있다. KBS가 극장 개봉과 TV 방영을 동시에 추진하는 ‘KBS프리미어’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추진한다. DVD나 케이블TV·지상파방송의 홀드백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KT가 영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DMB와 극장 개봉이 동시이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멀티 플랫폼 릴리스’가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 홀드백 파괴와 멀티 플랫폼 릴리스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대세임이 분명하다.
디지털문화부·이창희부장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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