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벽을 높게 쌓을 일이었다. 그 누구도 근처에서 옴짝달짝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늘을 찌를 듯이 벽을 높이 쌓아도 한 도둑 앞에서는 해 볼 재간이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옛속담에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해 보지 못한다 하지 않던가.
‘리니지 사태’의 핵심은 재물을 탐내 슬그머니 남의 집 담을 넘은 꼴이다. 거기에다 출입 패스까지 그럴듯 하게 만들어 썼으니 알 턱이없다. 더군다나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공의 마당이라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개인명의 도용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물결이 바다를 이룬 이후, 그리고 게임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끊임없는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를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은 해당 업체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그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주민 정보체계 등 보안문제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질 사안이다. 더 나가서는 정부가 책임질 사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미 곪아 터져 있는 주민 정보체계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끄떡하면 큰 일이 터지는 데 나몰라라식이다.
언필칭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시로 요구하는 작금의 사회구조와 시스템속에서는 이 문제를 풀어 갈 수 없다. 제2의, 제3의 ‘리니지 사태’가 또다시 불거져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개인과 기업에만 묻기에는 낯 뜨거운일이라고 본다. 이젠 정부가 나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기회에 주민정보 체계 개편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안타까운 일은 이번 사태를 통해 또다시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가 시작되지 않나 하는 우려다.최근의 흐름을 보면 마치 게임업계를 그렇고 그런 ‘아웃사이더’ 집단으로 몰아 세우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이 잘못됐다. 나무는 보지 않고 그 속에서 기생하고 있는 벌레만 보려한다면 그 나무의 운명은 뻔하다.
일각에서 명의 도용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있는 아이템 현금거래는 업계도 앞서서 막고 있다. 계정 압수뿐 아니라 영구제명까지 시킨다. 또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 보안시스템구축을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퍼붓고 있다. 단언컨대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언정 그것으로 재미를 보려는 게임업체는 없다.
사태의 본질은 게임업계가 아니라 정부의 주민 정보체계의 허점노출과 명의를 도용해도 큰 문제될 게 없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무감각적 죄의식이다.
이러함에도 온라인게임에 대한 역기능을 또다시 검증하겠다고 나선다면 업계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흉포한 범죄를 막기하기위해 유통되는 칼을 모조리 회수하겠다는 궤변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지금 게임계는 자정 시기에 진입해 있다. 좀더 지켜봐도 무방하다. 관건은 사후 대처능력인데, 그 정도의 무공은 업계도 쌓고 있지 않을까.
<대표이사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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