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장 연임놓고 또 분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진의 상당수가 현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KAIST 이사회 및 과기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러플린 총장도 ‘최근 실시한 교수 개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총장 측근에게 보내와 연임 사태가 실적을 둘러싼 총장과 교수 간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이다.

 KAIST 교수협의회(회장 강석중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22일 터만홀에서 전체 교수협의회 총회를 열고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전체 교수 409명을 대상으로 러플린 총장의 △리더십 △재정 확보 노력 △사명감 및 대외 이미지 제고의 3개 분야 8개 세부 항목 평가와 함께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교수협의회는 일단 이에 대한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미 설문조사 결과 교수진 80% 이상이 연임 결과에 반대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지난 2004년 말 일부 교수의 보직 사퇴 등으로 번진 사립화 논란에 이어 연임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KAIST가 연초부터 과학기술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교수 대부분 총장 연임 반대=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이번 설문에서 교수진은 러플린 총장의 연임을 △행정 난맥상 △KAIST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사립화 및 종합대학 추진 등을 내세워 반대했다.

 특히 협의회가 총장의 직무 수행 능력을 5등급(A∼E)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러플린 총장이 대부분 낙제점을 받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교수협의회가 지난해 12월 3일 부총장제도에 대한 교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대가 8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설문은 지난 1월 총회에서 교수 95%의 찬성으로 총장 중간평가를 결정한 데 따라 실시됐다.

 이와 함께 교수협의회는 이날 러플린 총장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차기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추천위원 7명 선정 투표도 실시해 파란이 예고된다.

 KAIST 한 관계자는 “총장이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쌓아놓은 KAIST의 자긍심을 훼손해선 안될 것이다.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기 위한 영어교육이라면 중국보다는 호주나 싱가포르 등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점을 주면 모두 F학점이 나올 것”이라며 총장 연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러플린 향방 어떻게 될까=이에 따라 러플린 총장의 연임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4년 계약서 상에는 러플린 총장이 연장 계약을 희망할 경우 이사회에서 통보받는 대로 자동 연장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04년 7월 14일 취임한 러플린 총장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오는 7월 13일 끝나게 되며, 임기 연장 여부를 계약 만료 3개월 전인 오는 4월 13일까지 KAIST 이사회에 공식 통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러플린 총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임기 연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22일 측근에 보낸 e메일에서 ‘혁신 차원에서 교수진의 성과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사태가 양자간 대립 양상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KAIST 고위 경영진의 한 관계자는 “애초 러플린 총장이 임명될 때 내부 개혁도 중요하지만 해외 투자 유치나 석학 초빙 등 활발한 대외 활동에 기대를 걸었으나 내부 개혁에만 매달려 교수진으로부터 반발을 사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정부나 이사회가 러플린 총장의 의중을 무시하고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러플린 총장은 지난 20일 열린 2006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휴가를 내고 미국에 체류중이며, 오는 28일 출근할 예정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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