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수출 산업 붕괴, 질높은 성장으로

 중소기업 2대 수출 주력 품목, MP3플레이어와 셋톱박스 붕괴의 의미는 크다. 세트사업 특성상 부품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셋톱박스, MP3플레이어 업체 붕괴는 정보가전 제품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떠나 부품 및 주변 유통 전선의 붕괴를 의미한다. DVD 및 디지털카메라 업체의 수출시장 축소는 속뜻이 남다르다.

 ◇대한민국 수출 전선, 붕괴 시작됐다=2005년 12월 디지털 미디어기기 수지는 63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적자로 전환했다.

 기대주인 MP3플레이어는 12월 당월, 12월 누적 모두 420만달러, 97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중이나 전년 동월, 전년 동기대비 각각 37.6%, 88.7% 감소한 형편 없는 성적을 올렸다. MP3플레이어 종주국 위상은 이미 붕괴됐다.

 대한민국 MP3플레이어 대표 주자 레인콤이 최근 와이브로 게임 단말 및 서비스로 사업 구도를 개편하고 있다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MP3플레이어 업체의 구조조정은 누가 뭐라 해도 대세다. 올해 지난해보다 매출 규모를 더 크게 잡는 기업은 삼성전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 애플도 위기다.

 셋톱박스 업계는 휴맥스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매출 및 수익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주력 수출 시장인 중동이 붕괴됐으며, 매출 및 순익 감소가 치명적이다. 업체별로 순익 증가에 ‘올인’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지난해 예상 매출액과 순익을 달성하기 만만찮다. 원가 부담도 크다.

 디지털카메라는 12월 누적기준 전년 동기 대비 2억8200만달러 적자를 기록중이다. 10월 이후 적자 폭이 증가하는 추세다. DVD플레이어는 12월 당월 및 12월 누적으로 각각 110만달러, 7160만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흑자 규모는 수출감소 영향으로 절반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한민국 중소정보가전 시장의 총체적 위기라고 불리는 근본적 이유다.

 ◇‘남을 곳이 없다’=MP3플레이어 업계 사례를 보면 간단하다. 작년 초 시작된 애플발 저가 공세는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며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애플은 또 작년 9월 삼성전자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대량 구매한 덕에 제조 원가와 가격을 크게 낮춘 ‘아이팟 나노’로 직격탄을 날리며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했다.

 국내 중소 MP3플레이어 업체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과 시장 구조조정이라는 미증유의 후유증을 낳고 있다. 레인콤은 지난 연말 300여명 직원을 희망 퇴직시키며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자사 공장을 갖추고 MP3플레이어를 생산해온 현원도 향후 MP3플레이어는 외주 생산키로 하고 영천공장을 축소하고 있다.

 아이옵스 역시 지난달 30명 수준이던 인력을 20명대로 축소했으며 이 밖에 A사, B사 등이 현재 사업을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MP3플레이어 종주국 대한민국 위상은 철처히 붕괴됐다. 업계는 이를 ‘레드오션’이라고 지칭한다.

 ◇질 높은 성장=2002년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주력 사업, MP3플레이어와 셋톱박스 시장 붕괴는 그 의미가 크다. 휴맥스, 레인콤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주력 성장 품목의 회의론까지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휴맥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레인콤은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수익기반 확충을 준비중이다. 이들의 변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이한 점은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MP3플레이어, 셋톱박스, 디지털카메라등 ‘0과 1’로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전기기 시장이 경쟁 영역에 놓여 있다. 이들 영역에서 중소기업은 자금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 무너지면서 컨버전스 환경에 노출된 기업 누구도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와 제품 개발,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투자 고리는 컨버전스 환경에서 이미 없어졌다. 한국 경제 르네상스를 이끌어온 이들 품목의 붕괴, 평등을 고민해온 정부라면 이제 회생카드를 던져야 한다. 질 좋은 성장을 고민해온 참여정부라면 중단기 처방을 내려야 한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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