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철
“저도 놀랐다니까요, 충격적이었죠.”
MBC 본사가 최근 19개 지역MBC와 논의해 지역 지상파DMB 권역에 대한 방침을 ‘비수도권 1개’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방송위원회 담당직원의 반응이다. 대단치 않아 보이는 본사와 계열사 간 합의일 뿐인데 규제기관 직원이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방송의 기본 원칙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 나름대로 의견이 있을 테지만 대부분 ‘서울 지상파방송사를 정점에 두고 지역별로 전송권을 나눠준 중앙집권식’이라는 지적에 고개를 젓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엔 KBS가 있고 지역에 KBS총국이 있다. 서울엔 MBC가, 지역엔 19개 지역MBC가 있다.
어떤 학자는 이를 ‘지난 독재정권이 남긴 폐해’라고 한다. 서울의 방송사만 통제하면 전국이 장악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MBC, 지역민방, KBS총국 등 지역방송사는 자체 제작능력에서 현저하게 약한 상태다. 단지 서울에서 만든 콘텐츠를 지역에 유통시키는 ‘전송로’ 역할을 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대신 광고 영업을 해주면 그 돈으로 흑자를 낸다. 이런 현실이기에 지역방송사는 ‘지역별 권역’에 필사적이다.
예전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송신 반대 투쟁과 위성DMB 티유미디어에서의 재송신 반대가 그것이다. 위성방송이 서울의 지상파방송사 콘텐츠를 전국에 보내는 ‘전송로’ 역할을 대신 해버리면 KBS총국·지역MBC·지역민방은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지역방송사를 탓할 순 없다. 그들이 택했다기보다 우리 사회가 지역방송사에 오랜 기간 지워온 짐일 뿐이다.
방송위 직원은 이런 맥락을 알기에 MBC의 이번 결정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MBC가 지역을 하나의 비수도권 권역으로 묶어서 직접 사업권을 획득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휴대이동방송시장에선 지역별 분할을 통한 방송 전송 원칙을 깨는 전례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MBC는 앞으로 내홍이 불거질까 조심스럽다. MBC본사와 19개 지역MBC 간 이해관계와 갈등을 우선 걱정해야 하고, 또 지역MBC 노조와 대립각이 생길 개연성도 있다. 게다가 본사MBC 노조와 지역MBC 노조 간 의견차도 있어 보인다. MBC가 이런 문제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해결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
뉴미디어 시대다. 대표적인 올드미디어인 지상파방송사, 그들도 이제 변화를 택하고 있다.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