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조금법 제정 그 이후](하)공정경쟁·소비자보호기준 만들자

 새 보조금 규제 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제 숨돌릴 틈도 없이 세부 절차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내달 26일이 한시법 시한 만료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법 시행에 앞서 시행규칙·고시·약관 등을 만드는 작업도 쉽지 않으나,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보조금 규제 환경이 열리기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따라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가장 급한 일은 정보통신부 고시를 제정하는 작업이다. 고시는 새 법이 보조금 허용 기준으로 삼은 18개월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규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계속 18개월을 가입해온 이용자는 쉽게 판별해 낼 수 있더라도, 여러 이유로 중간에 이용 정지를 한 가입자는 그 기간을 어떤 식으로 따질지가 논란거리다. 또 동일한 사업자에 가입해 왔더라도 중간에 명의 변경을 한 경우 명쾌한 기준이 필요하다. 새 보조금법의 내용을 이용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대리점 등 영업장에서 어떻게 알려줄지도 고시에 정해야 한다.

 이 밖에 가입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사업자에 해당 정보를 요구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타 이동통신 사업자가 가입자 기간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 공유는 어떤 원칙으로 할지에 관해서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 약관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일단 정통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부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사업자 자율로 투명하게 만들어 시행하되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식으로 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시정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 법 시행 한달 전까지는 약관을 신고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만큼 경과규정을 둬 법 시행 전까지만 신고하면 되도록 한다는 게 정통부의 방침이다.

 시행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번 개정 법에서 보조금 금지 예외 대상으로, 그 지급 수준까지 전면 자유화된 신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규칙에 명시하면 된다. 현재 정통부가 확정한 신규 서비스는 와이브로·WCDMA로 각각 그 해당 주파수인 2.3㎓와 2㎓ 대역을 시행규칙에 담을 예정이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과제=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유통 시장이 제대로 적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법 시행으로 기존 유통 환경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상되는 변화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기 업체가 유통 현장에 지급해 온 장려금·수수료(리베이트)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개정 법으로 보조금이 일부 양성화되는만큼 사업자로선 눈덩이처럼 불어날 마케팅 비용을 최소한 현 수준으로 막기 위해 수수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리점·판매점 등 기존 유통망의 반발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리점 수수료 체계를 바꿀 경우 이들에게 어떻게 수익을 보전해 줄지가 큰 고민”이라며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유통 환경을 단숨에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점에서 엄청난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자 스스로도 보조금 지급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 혼란스럽다. 가입자 기여도에 따라 지급한다 해도, 예컨대 월평균 10만원을 내는 가입자가 18개월을 유지한 경우와 월평균 3만원 고객이 18개월을 가입한 사례를 동일하게 다룰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보조금 지급 정책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방대한 작업”이라며 “실제 적응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새 규제법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업계·유통현장·소비자가 함께 적응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새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 시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

구분 담아야 할 내용

시행규칙 보조금 제한 없는 신규 서비스 종류(주파수 대역) 지정

고시 18개월 가입기간 산정 기준 마련, 사업자 간 가입자 정보 공유 원칙 수립, 보조금 지급 기준 공지 방법 명시

약관 사업자 자율로 보조금 지급 기준·범위·방법 등 명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