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휴~ 속끓는 TV업계

월드컵 마케팅 휴~ 속끓는 TV업계

`월드컵 마케팅 어떡하나?’

 독일 월드컵이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TV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를 꾀해야 하지만 월드컵 공식 후원사(스폰서)가 아니어서 월드컵 마케팅을 드러내놓고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에 공식 후원사가 아닌 몇몇 한국 업체가 이른바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으로 성과를 거두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 업체들을 요주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감시를 강화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 제공 기준이 강화되면서 경품 이벤트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지난해 총경품가액을 총 매출액의 5%에서 1%로 줄였다. FIFA 눈치 보랴, 공정위 눈치 보랴 ‘색깔’을 살릴 수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묘안을 찾아라=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월드컵 마케팅팀은 요즘 밤을 새우는 것이 예사다. 월드컵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에 대해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안이 쏟아지지만 거부되기 일쑤다.

 ‘4년 전 영광을 재현하자’라는 카피의 경품 포스트를 시험 제작해 사무실 곳곳에 붙여놓고 내부 반응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런저런 제약을 피해가다 보면 결국 경쟁 업체 전략과 거의 비슷해져 차별화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축구 감독이나 선수를 CF 모델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해외 유명 축구구단이나 대표팀을 후원하는 비슷비슷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묻어가기’ 궁여지책=사정이 이쯤 되자 월드컵 마케팅이 비교적 자유로운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 전략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와 디지털 TV 구매 고객에게 상대 제품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공동 마케팅을 통해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가 펼칠 월드컵 마케팅 효력을 간접적으로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SK텔레콤과도 월드컵 마케팅의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다. 두 회사는 신규 가입이나 휴대폰 교체 고객을 대상으로 박지성 선수가 활약중인 영국 프리미어 관람권 경품을 제공키로 한 데 이어 오는 독일 월드컵까지 추가로 공동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소니코리아와 하이얼코리아 등 외산 TV 업체들은 독일 월드컵 경기 중계권을 가진 스카이라이프와의 공동 마케팅도 추진중이다.

 ◇중소 업체는 ‘그림의 떡’=그래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중소 업체들은 최근 대기업이 일제히 디지털 TV 가격을 인하하면서 월드컵 마케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량이 최고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소 TV 업체 한 사장은 “지금은 월드컵 마케팅보다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저가 부품 개발이 급선무”라며 “아예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수출에만 승부를 걸자는 업체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TV 업계에 모처럼 ‘월드컵의 봄’이 왔지만 정작 마케팅 해법을 찾지 못해 봄이 아닌(春來不似春)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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