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 벤처투자도 단기수익보다 장기적 전략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의 중국행 증가세에 발맞춰 현지 토착화로 장기적 수익창출을 지향하는 중국전문 투자펀드가 속속 생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임원이 주도해 설립한 벤처캐피털 이그니션 파트너스는 2억달러 규모의 중국 투자 펀드인 ‘치밍 벤처 파트너스’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대중투자를 위해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모비우스VC의 창립자인 게리 리스켈과 중국 인텔의 이사 출신인 두앤 쿠앙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또 시스코 영업임원을 지낸 중국계 에드워드 조와 리치 통, 존 자굴라도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상하이로 이주해서 중국벤처의 옥석 가리기를 현지에서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벤처캐피털(VC)의 중요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인지도가 높은 중국기업을 파트너로 스카우트해서 중국투자의 고삐를 조인다는 것이다. 세콰이어캐피털은 중국 여행사이트인 C트립닷컴의 설립자 닐 셴을 영입해 2억달러의 펀드운영을 일부 맡기고 있다. DCM 돌 캐피털도 최근 시나닷컴의 창립자를 투자파트너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미국 벤처캐피털의 중국투자는 주로 현지사정에 밝은 로컬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였다. 당연히 미국의 펀드투자가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근 이그니션, 세콰이어캐피털처럼 중국계 IT거물을 스카우트해 중국투자펀드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시장이 그만큼 성숙하고 비중도 커졌음을 의미한다.
치밍펀드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대부분이 중국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만 높은 잠재력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중국시장에 발만 담그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확실한 성장주에 장기간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우후죽순 격의 중국 관련 벤처캐피털의 초점은 주로 IT분야다. 이들이 투자하려는 부문은 반도체, 휴대폰용SW, 컴퓨터게임, 인터넷서비스 등이다. 또한 이들의 특징은 중국의 토착 VC들을 거쳐 투자한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 조사기관인 제로2IP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계 벤처캐피털이 중국 대륙에 쏟아부은 자금은 총 10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 VC회사들의 최근 경향은 중국벤처투자도 이제 단기수익을 노리는 묻지마식 투자에서 벗어나 현지 토착화로 장기수익을 노리는 펀딩방식이 대세임을 보여주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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