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기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이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미 상원 상업위원회 테드 스티븐스 회장은 전화 사업자들이 빠르게 TV 사업에 진출토록 돕기 위한 법률 마련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통방 융합 대세에 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전화 사업자들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AT&T와 버라이즌 등 미국 최대 전화 사업자들은 최근 상원 상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 비디오 서비스 판매권을 얻기 위해 지방 자치단체와의 별도 협상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토록 법률로 규정해 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은 “서비스 업체들이 판매권을 얻기 위해 지방 자치단체 당국과 협상토록 돼 있는 현재 시스템이 변화해야 할 필요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합의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분석가들도 이같은 법이 마련되더라도 연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업자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비디오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건 때문이다. 1996년 개정, 시행중인 연방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은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은 서비스 판매 동의를 얻기 위해 지방 자치단체와 일일이 협상하도록 돼 있다.
통신 사업자들은 수많은 지자체와 일일이 협상하기보다는 법률 제정을 통해 손쉽게 비디오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것을 원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지방 정부 당국이 업체에 주차공간 제공이나 가로등 교체 등 불공정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버라이즌과 AT&T는 초고속 접속 및 TV 서비스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들여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지만 정작 서비스 제공 지역은 미미한 수준이다. 버라이즌의 경우 이미 18개주 300만 이상의 가정에 광네트워크를 보급했지만 텍사스, 뉴욕, 캘리포티아, 메사추세츠,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일일이 협상을 통해 판매권을 획득한 6개 주에서만 TV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서비스를 위해 앞으로 40여개 주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게 통신 사업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같은 통신 사업자더라도 케이블 업체들은 전화 사업자들과 입장이 다르다. 이미 자사 케이블망에 전화 서비스를 번들로 제공중인 이들은 전화 사업자들이 신속하게 비디오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포괄적 사업권을 주기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은 전화 사업자들에게 불공장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이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수년간에 걸쳐 개별 마을이나 도시에 협상 계약을 해왔기 때문이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우리는 기존 법을 기반으로 각 마을별로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이는 길고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케이블비전의 톰 루틀레지 CEO는 “버라이즌과 AT&T는 과정을 건너뛰려 하고 있다”며 “그들은 협상 계약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늑장부리면서 법을 바꾸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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